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소설집

“인터파크 추천 도서”

“한국 소설 베스트 1위 박완서 신작 소설집”

“KBS1 낭독의 발견 추천”

“MD 추천 도서”

내가 박완서 작가의 책을 소장 한 건 “친절한 복희씨”, “나목” 이 있다. 소장하진 않았지만 읽어 본 책은 “그 많은 싱어는 누가 다 먹었을까”,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있다.

이 책은 그녀의 단편 소설을 모와 놓은 소설집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내게 있어 살짝 난해하다. 자연 풍경이나 자연 묘사, 꽃, 풀들의 이름을 많이 알고 있고 잘 표현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것은 서정적인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자연 관찰을 많이 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 같다.

시대적 흐름 때문인지 약간은 구세대적인 문체를 추구하시는 듯 하나 오히려 나 같은 신세대에겐 구시대적 사상에서 배울게 많다. 그래서 ‘온고지신’ 이라는 말도 새삼 떠올랐다.

전통적인 단어를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순 우리말과 고유어를 찾는 재미는 “눈물은 힘이 세다.” 책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아쉬운 점은 문단 띄어쓰기 없이 빽빽하게 글씨로만 꽉 찬 곳이 종종 보인다. 여백의 여유가 없고 눈이 피곤하다.

전개가 조금은 빠르다. 내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실버세대 혹은 노년 세계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아마도 필자가 그 나이 또래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더 자세히 이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노련하고 원숙한 필력솜씨도 꽤 만족스러웠다.

다만, 한 문단을 두 세 번씩 도돌이표처럼 읽어야 나름 ‘읽었다.’ 느낄 만큼 이어서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땐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예를 들면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읽은 시간 은 약 2배쯤 걸린 거 같다.

어찌됐건 책을 덮은 후 하늘나라에 있는 그녀가 보고 싶다. 아마 표지의 띠지처럼 환하게 웃고 있지 않을까?

1. 그리움을 위하여

나에게는 옥탑 방에 사는 사촌동생이 하나 있다 둘 다 환갑진갑 다 지나 같이 늙어 가는 처지지만 동생은 나보다 여덟 살이나 아래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동생은 열두 살이나 더 먹은 유부남하고 연애를 해서 결국은 그 남자를 이혼시키고 정식 부부가 되었다. 그러나 동생의 남편은 얼마 전 병들어 죽고 그렇게 된지 오래 되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일하는 동생은 며칠 바캉스를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열흘이 지나고 감감무소식이었다. 동생이 돌아왔을 때 동생이 바캉스 간 샤랑도에서 사랑에 빠진 줄 알았다고 농담을 했더니 그 말이 맞는다고 한다.

사랑에 빠진 그 노인은 상처 한지 일 년도 안 돼 동생을 만났다고 한다. 먼저 노인의 자식들에게 나를 동생을 소개시키고 승낙을 받는 절차를 밟았다고도 했다. 동생은 다시 섬으로 가면서 뱃사람의 죽은 마누라 차례를 지내러 간다고 했다.

동생은 섬 노인인 선주에게 시집을 갔다. “면사무소가 있는 이웃 섬으로 갔는제 집문서를 내 이름을 해 주려는 거였더라구” 라는 동생의 말에 나는 복잡한 심정이 생긴다. 내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나의 그리움을 위해.

10. 살피듬 : 몸에 살이 피둥피둥한 정도

11. 구메구메 : 남모르게 틈틈이

12. 슴슴하다 : 심심하다,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

12. 천격스럽다 : 품격이 낮고 천한 느낌이 있다.

14. 모갯돈 : 액수가 많은 돈

15. 보비위 : 비장과 위의 기운을 돕는 일.

16. 시혜 : 은혜를 베풂, 또는 그 은혜

16. 날림집 : 정성을 들이지 아니하고 대강대강 아무렇게나 만든 집.

21. 엽렵하다 : 슬기롭고 민첩하다.

25. 첫밗 : 일이나 행동의 맨 처음 국면

25. 선경 : 경치가 신비스럽고 그윽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루는 말

25. 만수받이 : 아주 귀찮게 구는 말이나 행동을 싫증 내지 않고 잘 받아 주는 일

30. 진일 : 궂은 일, 밥 짓고 빨래를 하는 따위의 물을 써서 하는 일.

37. 낭탁 : 어떤 물건을 자기 차지로 만듦

2. 그 남자네 집

그 동안 읽어 본 박완서 작가님의 책 속 일상과 가장 근접한 내용이다. 그것은 자연과 함께 사는 삶, 나무와 꽃, 풀 등 자연에 대한 묘사와 설명이 좋다. 그걸 접목 시켜 생활에 활용 시켰다는 말이다.

책 내용에서 미국 부대에 취직을 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건 작가님의 실제 이야기다. 어느 책에선가 그녀의 책 중 하나 인데 그녀는 화가 이중섭과 함께 미국 부대에서 생활 했었다고 서술했었다.

기억력 감퇴는 내 노쇠 현상이다. 나도 수년전 단독으로 이사를 왔다. 어느 날 집들이 하는 후배네 집에 가서 집 구경도 하고 차도 마셨다. 옛날 그 근처에 살던 기억이 나 그 집을 찾아보자고 했다. 사실 나는 오십년 전 그 동네를 떠났다.

그 남자네 가 이사 온 것은 우리가 이사 한지 한 달도 안돼서다. 노마님은 우리더러 집 구경하라고 안으로 이끌었다. 집을 나르던 청년을 보게 된다. 세월이 지나 후배네 집에서 그 남자네 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남자네 집엔 보리수나무가 있었다.

나중엔 보리수나무가 있는 그 집을 난 혼자 찾아가 본다. 과거에 나는 미국 부대에 취직을 했다. 그 해 겨울 퇴근하는 전차 안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빵 가게를 갔다가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긴 다. 그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나눈다.

나와 그는 애인이 데고 데이트를 했다. 그 남자는 매일같이 부대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는 시를 좋아할 뿐 아니라 외우고 있는 시가 많았다.

음악도 들려주었는데 그가 가장 자주 틀어준 음악은 “보리수” 다.

휴전이 되고 집에서 결혼을 재촉했다. 난 마땅한 남자를 만나 약혼을 하고 청첩장을 찍었다.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했다. 그 남자의 부음을 들은 지도 십년 가까이 될 것이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삐치려는 마음을 다독거렸다.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51. 스스럽다 : 사귀어 지내는 사이가 그리 두텁지 못하여 조심스럽다.

53. 음전 : 말이나 행동이 곱고 우아함. 도는 얌전하고 점잖음

53. 궂은일

53. 명토 : 누구 또는 무엇이라고 구체적으로 하는 지적

56. 갈무리 :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 함

57. 정각 : 틀림없는 바로 그 시간

59. 관옥 :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유적으로 이루는 말

60. 태질 : 세게 메어치거나 내던지는 것

61. 시척지근 : 음식이 쉬어서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맛이나 냄새가 쉬다.

3. 마흔 아홉 살

나 카타리나는 몸에 밴 교양 있는 태도를 늘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효부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나는 모임장소 문 앞에서 사람들이 내 얘기 하는 걸 듣게 된다.

가족이 없는 남자 노인 목욕 봉사를 할 땐 하초만 집중적으로 닦아 주던 나다.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도 보였다. 그런 내가 시아버지 팬티를 집게로 집어 오만상을 찌푸린 모습을 보인다는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듣게 된다. 이중성이다 엽기적이다 사람들이 말이 많다.

내가 늦는 걸 알게 된 동숙은 나를 데리러 나오다 나와 마주친다. 동숙은 나를 위로 차 찻집에서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눈다. 집안 얘기, 일상 얘기, 학창 얘기, 자식 얘기, 손자 얘기……. 동숙은 말했다.

“모든 인간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야.”

동숙은 손자 백일 날 입힐 한복을 찾으러 간다. 나는 동숙이 배달시킨 김밥과 순대를 먹다 허리의 후크를 풀었다. 역겨운 트림이 올라왔다.

82. 입초시 : 이러쿵저러쿵 남의 흉을 보는 입의 놀림

92. 아닌게아니라 : 아닌 게 아니라

100. 치지도외 : 내버려 두고 상대하지 않음

102. 야비다리 : 보잘것없는 사람이 제 딴에는 가장 만족하여 부리는 교만

104. 어깃장 : 짐짓 어기대는 행동

4. 후남아, 밥 먹어라.

안후남. 그녀의 미국 이름 은 “앤”.

남편은 그녀보다 8살 위다. 그녀는 위로 언니가 둘 아래로 남동생이 둘이다. 아들을 바란 부모 때문에 그녀의 이름은 “후남”이가 됐다. 그녀는 결혼 후 미국에서 살게 된다. 미국의 생필품, 즉 화장지 주방용품등에 경탄을 하다가 언니들이 못 보는데 이런 물건들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한다.

미국으로 시집온 지 이십여 만에 앤의 부모님을 미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앤은 아이들이 어려서 쓰던 물건들을 소각통에 집어넣고 불을 지르다 고발당한다. 우울증.

그러다 엄마의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단 소식을 듣는다. 몸도 안 좋고 정신을 놓을 적도 많다는 엄마. 병명은 치매다. 앤은 엄마를 보러 한국에 온다. 엄마는 이모랑 같이 살고 있었다, 그 후 몇 년 더 있다, 그러니까 삼년 전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한국에 온 거 빼고 삼십년만의 친정나들이다. 조카며느리 차를 타고 이모랑 같이 살고 계시다는 여주로 가서 엄마를 만난다.

“엄마, 나야 나 딸 막내”

밥 먹고 가라며 엄마는 일어서려 한다. 이모에게 엄마가 날 알아봤다고 하자 그건 누구한테든지 느이 엄마가 하는 소리라고 말한다. 밖으로 뛰어나가 한길로 걸음을 옮겼다. 둔덕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후남아, 밥 먹어라. 후남아, 밥 먹어라.”

엄마의 목소리. 엄마는 무쇠 솥도 깨끗이 씻고 밥을 얹히고 그녀를 찾으러 간 것이다. 나는 따끈한 아랫목에 편안히 다리를 뻗고 누웠다. 엄마가 다시 한 번 불러줄 때까지 잠깐만 눈 붙이고 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지리라.

121. 아닌게아니라 : 아닌 게 아니라

127. 맹목 : 사리에 어두운 눈

134. 평지풍파 : 고요한 땅에 바람과 물결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공연한 일을 만들어서 뜻밖에 분쟁을 일으키거나 사태를 어렵고 시끄럽게 만드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

135.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 미국식 아침 식사. (시리얼, 달걀, 햄 등으로 이루어짐)

135. 소세 : 머리를 빗고 세수함

136. 챙겨먹이면 : 챙겨 먹이면

5. 거저나 마찬가지

나 김영숙은 아직 사십대 초반인데 건망증이 심하다. 집 주인은 나의 고등학교 선배 언니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 패스트푸드에서 일하는 날 보고 외당숙뻘 되는 친척이 그의 회사에 와서 일해 보지 않겠냐고 했다.

회사에 노조가 생길 무렵 이력서에 나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 언니가 시다로 왔다. 그 언니가 집 주인 언니다. 언니 글을 교정해 주는 것을 어떻게 아저씨가 알게 되었는지 나는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 다음 회사는 이벤트 회사였다. 얼마 있다가 대외홍보팀 팀장까지 됐다.

그 무렵 박기남을 만났다.

기남 이를 만난 지 얼마 안 돼 기남이 자취방에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이벤트 회사가 풍비박산 나 올데갈데없는 신세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와 동거를 옛날 동료들한테 숨기지 않았는데 선배 언니한테도 소문이 들어 간 모양이다. 나더러 그녀가 번역한 걸 윤문해 달라고 했다. 언니에게 돈 모은다는 걸 얘기했다.

언니는 시골에 별장으로 쓰던 집이 한 채 있는데 그 곳을 집필실로 쓰라고 했다. 오백만원 전세가 거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난 수리와 정리를 한 후 기남이와 산다. 내가 집과 뜰을 그림같이 가꾸면서 사니까 이 동네가 경치 좋다고 소문이 나 땅값이 급상승한다.

주인 언니가 제 집 드나들 듯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드나든다. 그 뿐 아니라 사람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내 호칭은 별장지기로 바뀌었다. 그들은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면서 마음대로 뭐든지 시켜먹었다. 거저나 마찬가지의 함정은 이렇게 바닥도 끝도 없었다.

나는 기남에게 말했다.

“너 벌써 몇 달째 생활비 한 푼도 안 내놨어.”

“말했잖아? 경기가 안 좋다고.”

“ 거저는 사절이야. 우리 거저 근성부터 고치자. 응?”

나는 그가 머뭇거리지 못하게 얼른 그의 손에서 길 잃은 피임기구를 빼앗아 내 등 뒤에 깔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146. 우두망찰 : 정신이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

157. 허방 : 구더기, 함정 - 땅바닥이 움푹 패어 빠지기 쉬운 구덩이

174. 미소하고 (=미소하다) : 소리 없이 방긋이 웃다

175. 낯나게 (낯나다) : 생색나다

6. 촛불 밝힌 식탁

유일무이한 남자 주인공이다.

나는 초등학교 교장 자리에서 퇴직한 지 오년 남진 된 늙은이다. 지금은 서울의 버젓한 아파트에서 산다. 난 팬시점에서 귀여운 인형처럼 보이는 양초를 한 쌍 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들네와는 같은 단지 앞 뒷동에서 산다. 불빛으로 소통(=생사확인)을 하게 된다. 아내가 청국장을 맛있게 끓인 날 아들네 집에 그걸 갖다 줬다. 아내는 음식을 하나하나 생각해내서 나르는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나는 언제 부터인지 아들네의 불 꺼진 창이 딴 집의 불 꺼진 창하고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닥불의 잔광 같은 불확실한 밝음이었다. 슬쩍 아들네 아파트로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세 번까지 눌렀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된 앞집 여자에게서 아들네가 집에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감시가 싫어 양초를 키고 사는 아들 부부. 내가 아름다운 한 쌍의 양초를 우리 집 식탁에 장식한다면 마누라는 알아들을까?

192. 화전 : 꽃밭

7. 대범한 밥상

나는 사십대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여러 장기로 전이가 돼 삼 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다. 내가 죽은 후 남아 있을 자식에게 어떻게 재산을 나누어 줄까 고민하지만 그 중 제일 가난한 막내가 신경 쓰인다.

나는 계모임 비슷한 친구들 모임에서 돈을 모으긴 하지만 남는 돈은 해외여행을 할 목적으로 적립해 놓고 있었다. 내 동창 경실이 생각났다. 경실이 딸이 벼르고 별러 제 남편과 해외출장을 가던 중 그들이 탄 비행기가 착륙 직전 공중에서 폭파하는 엄청난 사고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장례식장에 갔다.

경실은 혼자가 아니라 어린 외손자 남매를 데리고 있었다. 한 명은 세상, 한 명은 여섯 살 인 상주들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손을 잡고 있는 또 하나의 어른은 아이들 친할아버지였다. 그런 경실이가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사돈집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 홀아비 사돈영감하고 살림을 합쳤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정말 부부로 살고 있다고 했다.

두 늙은이가 깨가 쏟아지게 살게 된 지 얼마 안 있다 사돈 영감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경실이네 집에 놀러가서 그녀를 만난다. 거기서 밥 먹으며 나는 경숙에게 둘이 같이 살게 된 경위를 듣는다.

교신…….

디카 들고 다니면서 자연과 그 속의 추억을 찍어서 즉시즉시 아이들에게 보낸다는 경숙. 이 할미는 잊어도 너희들을 키운 이 고향산천은 잊지 말라는 뜻으로 보낸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어쩐지 이 집 들어올 때부터 마당의 자전거하고 안방의 구닥다리 컴퓨터하고 동격으로 이상스러워 보이더라니.”

202. 증여 : 물품 따위를 선물로 줌

209. 그로테스크 : 외관이나 분위기가 괴상하고 기이하다

211. 흉허물 없다. : 서로 흉이나 허물을 가리지 않을 만큼 사이가 가깝다.

220. 군둥내 : 김치 등의 음식에 꽃가지가 필 정도로 오래 두면 표현 못한 냄새가 나는데 이를 두고 하는 말

221. 골마지 : 간장, 된장, 술, 초, 김치 따위 물기 많은 음식물 겉면에 생기는 곰팡이 같은 물질

8. 친절한 복희씨

현재 남편은 중풍에 걸렸다. 내가 그의 후처가 되기 전과 후의 인생 이야기다. 나는 열아홉 꽃 같은 아이에 초혼이었지만 그는 서른을 넘긴 띠동갑 홀아비였다. 점원 겸 식모로 들어온 나는 주인의 강탈로 맺어진 부부 관계로 인해 임신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됐다. 그에겐 전처의 아들도 하나 딸려 있었다.

난 첫아들 다음에 첫 딸을 낳고도 아들 둘을 더 낳아 전실 아들까치 치면 오남매를 두게 되었다. 산책 갔다 온 그가 나에게 약국에 다녀오라 한다. 그 이유가 정력제임을 안 그녀는 치욕감이 생긴다. 항상 그녀를 위로해 주던 강철 갑에 있던 아편을 들고 집을 나온 그녀. 그것을 한강에 던지며 자유를 꿈꾼다.

241. 호의적이다. : 좋게 생각해 주는, 또는 그런 것

249. 토사곽란 : 위로는 토하고 아래로는 설사하면서 배가 질리고 아픈 병

249. 호열자 : 콜레라

256. 재수 : 재물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운수

9. 그래도 해피 엔드

교외의 그림 같은 집으로 이사 간 나. 나이는 70대 할머니고 남편과 같이 산다. 버스 탈 줄 몰라 뒷문으로 탄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비아냥거린다. 뾰족구두를 신고 앞쪽으로 가 차비를 내기도 고민스러워 일단 가까운 자리에 앉고 천 원짜리를 꺼낸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서 뒷문으로 내려 2호선 지하철을 탄다. 거꾸로 가는 지하철로 잘못 탄 나는 내린다. 그리고 택시를 탄다. 유턴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택시비를 주고 내렸다.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헐레벌떡 신호를 건너 약속 장소로 가고 있었다. 아까 탔던 택시가 옆에 선다.

“이 돈 때문에 일부로 U턴까지 해왔단 말예요?”

“당근이죠.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네.”

“사모님 어쩐지 멋쟁이다 싶었는데 외국에서 오래 사시다 오셨나 봐요. 그렇죠?”

나는 활짝 웃어주었다. 그가 나에게 축복이 되었듯이 나도 그에게 축복이 되길 바라면서.

293. 참척 :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

293. 천착 :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