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아봐! 홍차

이 책은 세 번째 읽었다.

첫 번째는 로망띠끄에서 한참 유행하듯 인기 있었을 때였다.

두 번째는 그로 인해 작가님과 친분을 쌓은 후 작가의 친필 싸인 본을 받고서 읽었다.

나도 그 때 한참 로망띠끄에서 로맨스소설을 연재 중이었고 그래서 작가님과 인연이 닿았는데 출판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혹시 출판되면 제 이름이 쓰인 작가 친필 싸인 본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제 책이 나왔을 때 그 때 저도 작가님의 은혜를 갚겠습니다.”

한 후 난 약속을 지켰다. 드디어 나도 책에 내 글이 실린 작가가 된 것이다. 오롯이 홍차 작가님처럼 전체적인 내 글이 실린 게 아니라 월간지에 한두 쪽 정도 글이 실린 것이었지만 그것이 여러 권이었기 때문에 여러 권 다 보내 드렸다.

세 번째는 어떤 이끌림과 호기심에 의해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내 머리에 기억하기 위해 적는다.

이 책은 은근한 심리묘사가 매력적이다. 대화에서 주제를 주로 파악하는 글이고, 이중 심리 묘사가 뛰어 나다.

다만 배경 묘사는 좀 미흡하다는 주관적 생각을 갖고 있다. 배경이나 환경 묘사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대학교나 서진이나 시후의 집이 거의 대부분의 배경인데,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 건물이고 몇 층이며 구조나 가구 배치 같은 것도 설명 돼 있었으면 이해가 빨랐을 거 같다.

물론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서 거의 생략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적혀 있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수월 할 거 같다.

행동과 표정이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잘 표현돼 있다. 살짝 느린 듯 한 전개 방식 때문에 책이 비교적 두꺼운 편이다.

평녀라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윤서진 20살.

특별하지만 평범한 윤서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정시후 24살이 주인공이다.

정시후의 별명은 ‘나괴변’ 인데 ‘나만 괴롭히는 변태’의 줄인 말이다. 가끔 윤서진의 독백이 마치 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괴변이라면 질색팔색하던 그녀가 그와 연인 사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맥락을 이루고 있다. 또, 정시후의 출생에 대한 비밀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님의 특징인줄은 모르겠지만 주인공들의 이름 (=인칭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이 많이 읽힌다. 또 심리묘사나 행동묘사를 쓰실 때 ‘눈동자’ 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또, ‘얼굴이 빨개진다.’ 라는 말도 종종 보인다.

설명체와 대화체의 비율을 보면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대화체가 많은 편이다. 그것이 로맨스 소설의 특징이라 할지라도…….

쉽고 간결하다. 종종 주옥같은 명언들이 있다. 그 명언을 가슴에 새겨 두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손현주 아저씨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었지만 이 책을 읽으니 더욱 더 좋아진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일을 많이 하시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 그런 내용도 서술돼 있어서 그가 더 좋아 보인다.

56쪽에 나온 내용이다.

“한 잔에 양처럼 순했다가 두 잔에 원숭이처럼 춤추고, 세 잔에 사자처럼 사나워졌다가 네 잔에 돼지처럼 땅바닥에 뒹구는 거라고 하잖아?”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읽을 땐 몰랐는데 이 책을 읽기 전 탈무드 책을 다른 출판사로 두 권이나 읽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나온 말인지 알았는데 “탈무드”에서 나온 말을 인용하셨다.

목차 옆에 쪽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건, 작가님은 나에게 선물로 보내는 책에 손수 쓰신 편지를 끼워 놓으셨고 앞부분엔 작은 메모도 적어 주셨다.

분명 마음이 따뜻한 분이리라 생각이 든다.

그녀가 적어 놓은 앞 쪽 메모를 곰곰이 곱씹어 본다.

“TO. 00(내 이름) 님에게……. 누구보다도 “특별한” 사람인 당신에게……. 2010. 06. 09. FROM 홍차”

19.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천재성을 가진 이들을 따라갈 수 없는 나의 아픔을.

47.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지?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그 순간 특별한 의미가 되는 건데.

82. 너만 빼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를……. 좋아해.

122.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배려하듯 말하는 그에게서 마음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141.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편협한 시선을 갖기 마련이거든. 그 아이에 대해선 내가 그래.

159. 아무리 익숙한 것이라도 한 걸음만 떨어져 바라보면 기존에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뭔가가 발견되기 마련이지.

199. 지금 이 순간, 그가 날 위해 노력해 주는 것만 같아. 진심으로 다가와 주는 듯해서 그 마음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다.

252. 사로잡힌 사람의 마음을 너는 모를 테니까.

267. 뭐든 시작이 중요한 거지요. 시간은……. 천천히 따라오기 마련이거든요.

326. 보고 싶은 마음은 너와 다르지 않아.

364. 지금의 내게 너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어.

432. 내가 희진(돌아가신 시후 엄마)에게 구원이었다면, 넌 그녀를 떠나보낸 내게 유일한 희망이었어.

439. 정시후가 반한 윤서진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 눈에만 빛나 보이기 때문이니까.

398. 나는 너를 잃을까 두려울 뿐이야.

* 오타 발견

190. 뭐든 솔직하게 (다다서는 게) 최선이야. -> (다가서는 게)

256. 시후가 4살 때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러다 보니 형부 (많이 혼자서) 애쓰기도 했지만, (중략) -> (혼자서 많이) 애쓰기도 했지만 (이게 더 자연스러운 거 같다.)

443. 투절거리며 : “투절”은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다. 라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투덜거리며”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