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차인표

동화적인 느낌은 동심을 어루만진다. 부드럽고, 운율 있는 문체는 어느덧 몰입하게 된다. 발라드 같이 고요하면서 강약, 즉 높낮이가 있는 이 작품은 읽는 내내 긴장을 놓칠 수 없다. 남녀노소 대중적인 글이라 누구나 읽어도 손색이 없다. 빨려 들어가는 흡입력은 기대 이상이다. 연예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군다나 전문적 작가가 아니기에 소장할 때 살짝 망설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에 후회 하지 않게 하는 것은 문장력 때문이다.

고요 속에 빵빵 터지는 전개 방식은 어느덧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된다. 발랄보다는 조용한 듯 한 이 책의 분위기는 오히려 깊은 감동과 생각을 갖게 한다. 책을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덮고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책 내용이 궁금해 도저히 못 참을 정도여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 만큼 책 내용이 머릿속에 맴돈다.

하루 이틀에 쌓인 필력과 줄거리가 아님은 그가 써 놓은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가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해 장모님, 어머니, 아들 정민이 까지 읽어 보게 된다.

초고가 날아가 다시 재집필, 수정과정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김치인 묵은지 생각이 나는 건 왜 일까?

그 담백함! 군침 도는 맛깔스러움. 먹고 나서 번지는 입속의 김치 향의 깔끔함. 꺄~ 안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의 진미를 모른다.

차인표님의 이미지도 이 책을 선택할 때 한몫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나조차도 그 분의 이력정도는 대충 알고 있었다.

입양과 자원 봉사, 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의 확산…….

아마 그 부분들이 내가 이 책을 구매하는데 알파플러스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은 평소에 진실 된 행동과 진심이 든 언어를 구사하면 알게 모르게 나 같은 사람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도 느꼈다.

그가 연기를 하며 그 캐릭터에 대해 내면 심리를 많이 공부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내면 심리와 이 책의 캐릭터들 한 명 한 명에게 반영된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그 캐릭터들은 흡수력이 강하기에 자연적으로 집중하게 되는 그 맛은 참으로 책 읽는 재미로 번지며 쏠쏠하다.

시대적 배경은 차인표님 어머님께서 조언을 해 주셨다고 하는데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1930년대 어느 마을인데, 차인표님 어머님의 정성스런 문제제기와 ‘모르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공부를 더 하라.’ 는 말씀도 좋았다.

어머니의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환경과, 자연 배경적 요소는 이 책을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든 게 분명하다. 그 당시 작가님은 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용이와 순이의 사랑 이야기에, 배경적 요소를 넣고, 가즈오의 따뜻한 심리를 내포 시켰다. 훌쩍이의 당당한 모습과 엄대네 아이들의 호기심은 긴장을 극대화 시켰다.

용서.. 그 단어가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도련님에 가족이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도련님은 이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저 이 책 빌려 가면 안 돼요? “ 하는 말에 난 대답했다.

‘주소 아니까 한권 새것으로 보내줄게.’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말한다.

‘이거 중학교 필독도서예요. 아시고 사신 거예요?’

‘아니, 모르고 산건데?’ 말하자 재차 확인해야 한다는 듯

‘아! 정말 사서 보내 주시는 거죠? 꼭이에요! 감사합니다.’

난 다음날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문자가 왔다.

'잘 받았어요. 이 책 받은 다음날, 담임선생님께서 이 책 읽고 독후감 써서 1주일 안에 제출하라는 거예요. 최고!’

이런 문자까지 받으니 책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애착도 강해졌다.

아늑하고 포근한 엄마별 같은 느낌을 이 책에서 받은 건 왜 일까?

위안부라는 단어는 예민한 부분이라 생각조차 하기 싫어진다. 그 과거에 우리 부모님들이 받았던 그 고통…….

하지만 그는 그 만의 특유함으로 용서를 구한다. 어쩌면 용서 할 수도 없기에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일감정이 많이 남아 있는 지도 모른다. 용서 할 수 없다면 가즈오처럼 조금만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는 건 어떨까?

꽃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나비가 꽃에 앉아 날개를 팔랑거린다. 백두산에 가면 노란만병초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희귀한 꽃 이름과 그 꽃의 색깔은 언젠가 우리가 보존하고 직접 눈으로 봐야 할 자연 식물이 아닌가?

통일…….

간절히 가까워지기를 기대한다.

내 눈으로 보는 통일된 우리나라는, 그 식물들도 내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 모습을 꿈꾸며 살아야겠다.

37. 귀로 듣는 종소리가 마음으로 울려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51. 금모래, 은모래를 잔뜩 뿌려놓은 듯, 까만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합니다.

55. 백두산 밤하늘을 가득 채운 은하수가 임금님이 풀어놓은 비단 목도리처럼 찬란하게 빛납니다.

105. 비바람과 함께 터지는 천둥소리가 마치 살갗이 찢기고, 영혼이 짓밟히는 어린 조선 소녀들의 비명소리 같습니다.

177. 용이의 침묵은 소리 없는 울음이라는 것을.

195.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져, 이슬처럼 풀잎을 적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