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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최인호

내가 최인호 작가님의 책을 처음 소장한 것은 “가족의 앞모습, 가족의 뒷모습” 이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생활을 글로 표현한 작품이 감히 예술 작품이라고 칭하고 싶었다. 샘터에서 기재됐던 가족 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 단편적인 요소의 내용이 우리들 삶과 많이 닮아 있었다.

두 번째로 소장한 것은 “인연” 이라는 책이었는데, 지인들이나, 그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작품으로 승화 시키는 능력은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졌다.

세 번째로 소장한 책이 바로 “산중일기” 이었다. 버릇이라면 버릇일 수 있으나, 어느 한 작가님의 작품이 마음에 들면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구매하는 습관이 있는 나였다. 이 책 역시 내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았다.

주로 산 속에서 생활 했을 때의 모습을 회상하거나, 그 속에서의 종교적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발췌해서 적어 놓으셨다. 그리고 가족이나, 부인에 대한 소소한 일상이나, 등산이라는 취미와, 산에 대한 묘한 매력을 서술해 놓으셨다. 그의 말이 진리이고 진실이고 진심이었다. 그가 느끼는 생활은 나에게도 접목 시키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으며 그 매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의 습관이나 그의 버릇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50일 가까이 담배를 끊게 되었고 설탕을 등한시 하는 그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가 돋보였다.

가슴에 새기고 마음을 울리는 이 책은 절이란 공간에서 편안하게 베개를 배에 깔고 읽는 듯 편안함을 갖게 했다. 그것은 더 나아가 삶의 여유와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

칼라의 사진들은 글과 교묘한 매치를 시켰다. 마치 자장면을 깍두기와 먹는 느낌, 돈가스를 단무지와 먹는 느낌 같이 더불어 어울리는 조합을 일으켰다.

자연을 담은 사진은 생각 보다 많았고 그 사진 그 나름의 한 장 한 장은 묘한 특색을 나타냈다. 어느 사진은 오랫동안 쳐다보며 그 사진을 기억했다.

마흔 다섯 편의 단문 에세이집은 그 작가님의 품위와 성격을 느꼈으며, 그것은 내가 작가님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나타내었다. 타고 나신 은은한 은유법과 비유법은 “역시 최인호 작가님이시다.” 라는 감탄사를 저절로 내품게 했다. 문학성과 작품성과 사회성이 은근히 하나가 되어 작품과 작가와 독자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게 하였다.

37페이지에 묘사된 어머니는 3남 3녀의 우리들을 낳으셨다는 대목이나, 42 페이지의 해인당의 일화나, 71페이지에 작가님이 존경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94페이지의 어릴 때부터 보아 왔지만 어머니는 유난히 꽃을 사랑하셨다는 대목.

126 페이지 형제 중에 본인이 가장 안마를 잘 한다는 대목. 275 페이지 정원에서 발견한 한 마리의 청개구리 대목은 앞에서 나열한 “가족의 앞모습, 가족의 뒷모습” 인가 “인연” 인가 거기에서 나왔던 스토리와 거의 같았기 때문에 신기했다. 주제가 없어서 쓴 글이 아니라 그 에피소드가 기억에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약간은 다른 느낌으로 서술 하신 거 같은데,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그의 유명함을 값 비싼 액세서리로 포장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겸손으로 감싸신다. 그 모습이 난 좋았다.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잡념을 없애는 특효약 같아 닮아 가고 싶다. 이 책은 인생의 방황 길에서 이정표 같은 올바른 방향을 표시해 주는 글 같아 난 읽는 내내 행복했다.

세 개의 책에 꼭 나온 단어를 뽑으라면 “삼라만상” 이다. 아마도 세 개의 책에 꼭 나온 단어는 “가족” 이라던가 “도단이” “정원” “아내” “다혜” “어머니” “아버지” 이겠지만, 작가님께서 삼라만상 이란 단어를 잘 쓰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209 페이지의 수묵화를 닮은 풍경은 눈을 뗄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했다. 그 자연은 우리 안에 있으나 우리가 관심 없어 하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 아름다운 자연 같은 이 책을 난 깊이 사랑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만큼 작가님의 아픔도 빨리 쾌차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바람은 솔솔 바람을 타고 작가님의 가슴속에 스펀지처럼 스밀 것이란 작은 소망을 비춰 본다.

31. 잠은 꿈보다 달고 꿈은 죽음보다 깊었다.

68. 늙은 노처녀 데려다가 호강시켜 주니 고마운 사위 만난 친정아비 같은 심정으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1. 바람은 강물 위로 미끄러지며 빗발을 이리저리 몰고 다녔다.

108. 나는 도시적인 감수성과 도회적인 감각을 좋아했었다.

137. 허공에 쏜 부러진 화살촉을 이제야 발견한 느낌이었다.

153. 하루하루가 건너지 못한 사막처럼 느껴진다.

175. 마음의 눈으로 본다면 눈은 감고 있어도 좋다.

178. 꿈이거든 깨지 말고 생시거든 다시 보자.

251. 얼굴은 그 사람의 역사가 써 내려간 하나의 풍경이다.

264. 슬픔이 없는 곳에 슬픔이 있다.

267. 침묵보다 말을 하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281. 갈증을 채워 주고 메마른 나무의 뿌리를 적셔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