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선인장

이 책을 덮고 난 가슴이 먹먹하며 뭉클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책을 쳐다봤다. 책을 내 손에서 놓기 싫었다. 아니, 내가 느낀 그 감정들을 놓치기 싫었다.

 

비교적 짧은 내용 속에 긴 여운. 그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른들이 보는 동화 같은 책, 소설처럼 독창력이 있는 책, 수필처럼 작가의 개성이 도드러진 책, 만화 같이 그림이 있는 책, 가끔 나오는 반복법은 운율이 있는 책, 시집처럼 간절한 문체. 그리고 감동과 여운이 있는 책.

 

아메바피쉬의 그림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슴에 별처럼 꼭꼭 각인되고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원태연 작가님은 누구인가?

내가 어릴적에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라는 책으로 유명하신 분이시고,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는 아예 서점에 자리 잡고 앉아 읽었던 책이 아닌가?

 

그 분이 10년만에 돌아와 사실 감회가 남달랐다.

메론에서 오디오그래픽 노블을 일부로 들으며 책에 빠져 들었다.

 

한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고, 사실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유될 책이지만 그보다 무한하게 감동이 있다는 사실은 책을 외우다 시피 계속 읽게 만든다.

 

선인장의 이름은 땡큐, 전 주인인 철수가 지어 준 이름이다. 왜 땡큐냐면 친구가 되어줘 고맙다는 뜻. 철수는 땡큐를 관심 있게 잘 키운다.

우연히, 아니 사실은 우연을 가장한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사실은 초라한 도둑고양이.

 

고양이가 이름을 지어 달라 하자 땡큐라는 이름을 가진 선인장은 “외로워” 라고 말한다.

자기도 모르게 속에 있던 얘기를 한 것 뿐인데 그게 바로 고양이의 이름이 된 것이다.

땡큐는 한 남자의 컴퓨터 앞에서 전자파 흡수 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항상 그 자리에서.

 

고양이는 가끔 선인장을 찾아 간다.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나 친구 고양이들의 에피소드도 소소하게 드러나지만 외로워와 땡큐의 내면 심리가 사람의 가슴을 묘하게 자극한다.

 

도도하고 시크해 보이지만 어쩌면 흔히 말하는 “차도남” “차도녀” 같은 스타일의 고양이지만 (고양이가 남자였던가 여자였던가) 속은 따뜻하고 맑고 깨끗하다.

 

선인장은 고양이를 안아 주고 싶어도 가시 때문에 안아 줄수 없는 상황.

서로는 시간이 가며 서로에게 빠져 들게 된다.

 

그들을 지켜 보는 건 쓸쓸이라는 비누.

그 비누는 남자가 글을 쓰기 전 꼭 한번씩 손을 닦는 습관 때문에 책상 위에 올려 둔 비누였다.

 

남자가 자신의 몸을 정성스럽게 만질때마다 점점 작아져서 다음번에는 화장실의 거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울이 부러운 이유는 자신처럼 비누거품이 돼서 사라지지도 않고 언제나 책상 위에서 한 남자의 손길이나 눈길을 기다리지 않아도 하루에 한 번씩은 한 남자를 바라 볼 수 있을 테니까.

 

첫 번째 선인장 주인인 철수가 아파서 죽었다. 병원 옆에 버려진 땡큐를 주워서 키운 사람은 바로 두 번째 주인인 작가였고 작가로 성공해 선인장과 쓸쓸이를 놓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갔다.

 

세 번째 주인인 신혼부부는 집 정리하며 그 공간에 남아 있던 쓸쓸이와 땡큐를 50리터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 청소차가 와서 치우자 외로워는 미친 듯 달려가 나중에 급기야 쓰레기 하치장에서 만난다.

 

그리고 외로워는 땡큐를 꼬옥 안아 주고 둘은 그렇게 오랜시간 함께 했다. 마치 서로에게 흡수 되듯이.

 

이 책에서 마지막 결말 부분인 외로워가 땡큐를 앉아 주는 것보다 내 가슴을 아프게 한건 철수가 초코 콘플레이크를 먹을 때다

 

원래는 아파서 먹으면 안되지만 철수 엄마가 이젠 먹어도 된다고 한다. 한 살때 돌아가신 철수 아빠를 엄마는 거짓말로 미국에 갔다고 했는데 철수가 말한다.

 

“아싸아.. 그럼 나 아빠 만나러 간다아, 미국에”

 

그 말뜻을 철수 엄마는 알고 있다. 철수가 오랜 시간 함께 할수 없음을! 입으로 터져 나오는 아픔을 내가 왜 모를까? 나도 사실은 엄마인데,

엄마라서 남은 시간 먹고 싶은거 먹인건데 사실은 미국이 아니라 하늘나라라는 걸.

 

눈시울이 붉어 지며 닭똥 같은 눈물이 툭툭 떨어지는 건 정말 이 책에 공감해서 그리고 마음이 아파서가 아닐까?

 

땡큐와 외로워의 사랑은 우연이 아닌 서로에게 운명 같은 사랑이란 것에 점점 빠져 든다.

왜냐하면, 서로는 서로를 처음부터 알아 보았으니까. 단지 서로에게 표현을 안했을 뿐.

 

감동과 여운이 있고, 유머가 위트가 재치 있게 있기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잘 읽을 수가 있었다.

가끔씩 나오는 단어의 설명은 좀 더 책에 집중하고 이해 하기 쉽게 해 놓았다.

 

앞부분에 나와 있는 작가님 인생에 대한 삶은 작가님과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는 내 마음은 알록달록 무지개 같다.

기쁘고, 슬프고, 감동 있고, 재미있고, 하하 웃다가, 작가주인이 밉다가, 철수가 안쓰럽다가..

 

물과 불 같이 서로 상극이라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어느샌가 둘이 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점점 애뜻한 사랑처럼 느껴진다. 그 생각을 할 정도로 표현이 진실하고 문체가 뛰어나고 문법이 부드럽다.

 

그들이 사랑하는 건 상처를 안고 그 상처를 극복하고 이겨 냄으로써 다시 사랑을 하는 우리내 모습이 아닐까?

 

땡큐에게 항상 관심을 가졌던 철수처럼, 하루 하루 무탈하게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이 일상들도 생각해 보면 우리 가족에겐...

 

땡큐겠지? 관심이겠지? 행복이겠지?

 

23 만약 저에게 심장이 있었다면 두근두근 거릴 만큼... 멋져요! :식물이지만 의인화가 뛰어나다. 이 글을 읽으며 내 심장이 두근 두근 거렸다는 건 그 만큼 글이 진실 되기 때문이 아닐까?

 

27 오늘 당신을 처음 봤지만 왠지 당신과는 “우리”가 되고 싶어요. : 사랑의 표현은 가끔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유치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낭만적인 표현도 있다. “우리” 라는 말은 언제나 부르기 좋고 듣기 좋은 단어니까.

 

80 소심하다는 것은 상처가 많다는 것이다. : 그 소심을 이겨 낸다면 상처를 극복하는 거고 또 다른 사랑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거다.

 

110. 땡큐는 외로워에게 편지를 씁니다. 펜도 종이도 컴퓨터도 이메일도 휴대전화도 없지만 진실을 마음속에 담아 한 줄 한 줄 한 줄 한줄 한 줄 한 줄 한 줄 한 줄 한 줄 한 줄 : 진실된 마음은 상대가 누구던 간에 모두에게 먹힌다(?)

 

124 나는요 당신이 날 만나러 찾아와 주지 않으면 당신을 볼 수 없고 내 몸에 촘촘히 박혀 있는 가시들이 당신을 찌를까봐 당신을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꿈속에서조차 몰래 할 수도 없고 예쁜 꽃을 피워 당신 눈을 즐겁게 해 드릴수도 없고 향기마저 없는 그냥 선인장입니다. : 땡큐의 처지가 솔직히 좋지 않다고 혼자 독백하지만, 그 모습조차도 외로워는 사랑하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꼬옥~ 안아 주는 것이 감동이었다.

 

134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싫어 합니다. : 사랑을 받아 보면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 좋아한다.

 

161 고양이는 아프지만 선인장을 안아줄 수가 있고 선인장은 슬프지만 고양이를 안아줄 수가 없다. : 아프지만 그것을 이겨 낼수 있고 슬프지만 안고 싶은 마음,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