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의료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의학전문가들이 한국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며 만든 책.

‘의료민영화 논쟁과 한국의료의 미래’는 우리의 의료체계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정부와 제주도가 의료민영화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논쟁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우선 저자들의 이력을 볼 만 하다.

이상이(예방의학 전문가. 제주대의대 교수), 김창보(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박형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책임연구원. 제주대의대 교수), 윤태호(예방의학 전문가. 부산의대 교수), 정백근(경상대 의대 교수) 김철웅(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양대 교수)

한국의 예방의학계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들이 만들었으니 전문성에 신뢰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려면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된다)

사람들은 종합병원이 영리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종합병원은 주식회사가 아닌 법인이라는 형태로 운영된다. 다만 동네 개인병원이 있지만 큰 틀의 의료체계에서 우리나라는 영리병원이 없다. 건강보험이라는 틀 속에서 병원 운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통해 소비자들은 공공보험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병원은 공공보험을 통해 의료수가를 정하고 수익을 올린다. 때문에 의료행위의 범위와 가격을 공공보험을 통해 통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병원은 이런 공공의료보험보다는 사설 의료보험을 통해 의료행위를 하고 싶어 한다.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의료가격이 비싸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의료보험 상품을 만들어 제공하고 의료보험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에게만 의료행위를 하면서 수익을 올리게 된다.

보험회사는 다양한 의료상품을 만들고 영리병원과 연결되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의료가격을 조금씩 올릴 것이다. 아무런 통제도 없이 의료서비스는 고가의 행위로 이어지고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서민층은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첫 번째 공약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의료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치과 진료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보통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가기전에 한국에서 치과 치료를 모두 받고 가라는 말이 있다.

이 책에는 현재의 한국 의료보험의 우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의 한국 의료 체계는 낮은 수준이지만 공공성을 갖고 있다. 의료가격이 낮은 만큼 조금 가격이 나가는 의료행위는 의료보험을 받지 못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병원에게도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여기서 부터 출발했다.

여러 가지 제시했지만 ‘병원 서비스 발전기금’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면 어떨까 하는 방법이다. 결국 공공자금을 투입하자는 것인데 공공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공정한 의료행위를 유지 확대할 수 있다면 좋을 듯하다.

한국의 의료체계를 알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영화 식코를 보셨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명박 정권 어느 시점에서는(아마도 내년 4월 이후) 의료민영화에 대한 사회논쟁이 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각종 진료관련 보험종류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