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기행이라는 책에 이어 두 번째로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접했다. ‘동양기행’에서 접했던 그의 독특한 필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기행을 남들보다 몇 십 년 앞서 경험한 그의 글이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현실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마치 픽션을 읽는 느낌이다. 주인공 후지와라 신야가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설파하기 위해 극적인 이야기를 꾸며낸 듯 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특히 ‘황천의 개’ 편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에 대한 추적을 다룬 1장 ‘뫼비우스의 바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하게 했던 내용이 담겨있는 2장 ‘황천의 개’, 여행을 통해 접하게 된 옷에 대한 종교적 느낌을 다룬 3장 ‘어느 성의의 표박’. 그리고 4장 ‘히말라야의 할리우드’와 5장 ‘지옥 기조음’ 이다.

 

1장은 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그런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 이유가 수은에 의한 환경질병인 미나마타병에 걸려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추론을 증명하는 여행이다. 아사하라의 형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최종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아사하라의 시각장애가 산업화에 따른 공해병 ‘미나마타병’에 의한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옴 진리교를 오랜 시간 추적하면서 글을 쓰기도 했다고 하니 사실감이 더욱 느껴진다.

 

2장은 괴기스럽기 까지 하다. 인도의 전통 화장터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내용이다. 어느 날 한 젊은 회사원이 후지와라 신야에게 자신을 인터뷰 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후지와라 신야는 그런 젊은이의 행동에 감동해 응하게 된다. 후지와라와 젊은이는 약 20년 정도의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데 그 일본 젊은이는 전형적인 현대인으로 현대사회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하다. 좀 더 현실적인 극한 상황을 원하고 있고 텔레비전을 통해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하지만 후지와라는 직접 인도 장래식장에서 시체를 먹는 개에게 공격을 당한 극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실을 전달한다. 하지만 젊은이는 그것이 마치 텔레비전 오락프로에 적합한 소재라며 텔레비전을 더욱 더 사실적으로 이해한다. 그런 젊은이에게 후지와라 신야는 ‘극한 사실을 원하는 현대 젊은이의 심리를 이해하고 설명한다’.

 

3장은 인도 여행 중에 종교적 명상가들을 통해 입게 된 전통의상에 대한 종교적 감정을 다룬 글이다.

 

4장은 6-70년대 서양인들이 인도의 성자를 찾아 떠나면서 생긴 현상을 체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제목에서처럼 전통적인 명상지역인 히말라야가 황당한 종교 사기꾼들에 의해 할리우드로 바뀐 현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비틀즈나 당시 유명한 대중가수들이 인도의 명상지역을 찾아 행동한 황당한 모습이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다.

 

5장은 좀 더 기괴하면서도 자기성찰과 반성을 전달하고 있다. 현실적인 삶에게 세상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환각제에 의해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70년대 일본에서 사회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지만 실패한 Y군이 인도여행을 통해 자기성찰을 시도하지만 환각제에 빠져 죽음 직전까지 간다. 후지와라 신야는 일본에서 사회운동이 펼쳐질 때 그것을 벗어난 자신이기도 하다. 티베트 산 4천 미터 사막에서 Y군이 환각으로 방황할 때 그를 구하기 위해 찾아 나선 후지와라는 Y군의 방황과 자신의 방황을 설명하며 Y군을 구한다. Y군의 정신착락을 이해하고 오히려 정신착락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 책은 극 사실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일본적인 책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극한의 리얼리티를 원하는 일본 문화에 적합한 글쓰기와 글 소재다. 너무도 사실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황천의 개’ 편에 실린 사체를 먹는 개의 모습은 한 마디로 극한 사실주의다.

 

독특한 글쓰기를 경험을 하게 됐지만 결코 최고의 만족을 주는 책 읽기를 주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무언가 거리감이 있고, 접근하기 힘든 내용이면서 오히려 사실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