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열정은 얼마나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낼까? 하나의 일에 미치는 사람은 스스로 열정을 느끼기나 할까? 분명한 것은 그들이 하는 일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사망한 스티브잡스 역시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열정을 태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박수용’ 그는 아마도 ‘미쳐야 미친다’는 말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다큐멘터리 PD다. 한국 호랑이에서 시작한 시베리아호랑이에 대한 그의 열정은 미친 사람만이 기록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EBS에서 소개된 ‘시베리아 호랑이 3代의 죽음’을 책으로 엮은 것이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이다. 책은 차분하게 영상 다큐의 제작 초기부터 작품 속 이야기 그리고 작품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 끝으로 제작에 관한 느낌까지 솔직하게 전개된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저자 박수용이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이다. 이미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한 그지만 책을 통해 자신의 일을 스스로 소개하고 그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함께 호랑이를 찾아 기록하길 원하는 것이다.

 

나는 두 가지 때문에 놀랐다.

 

첫 번째는 다큐멘터리 작품에 대한 그의 광적인 준비다. 그는 호랑이를 찍기 위해 수개월을 땅굴 속에서 기다린다. 오직 그가 아는 것은 호랑이가 자신이 설치한 비트의 옆으로 지나갈 것이라는 과학적 판단과 경험적 결정뿐이다. 광활한 시베리아에서 기다리는 호랑이가 자신의 비트를 지나갈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결국 그는 ‘얼마나 실패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수백 킬로미터를 오가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자신이 설치한 카메라 앞을 지나갈 것이라는 철저한 준비에 놀랍고, 수개월을 땅굴 속에서 기다리는 지독한 인내와 수고에 놀란다. 책의 말미에 소개되는 호랑이 다큐멘터리 제작의 어려움을 한풀이처럼 소개한 것이 기억난다. 더욱이 열악한 방송국의 지원 속에서 오직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끝을 만들어낸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번째는 시베리아 호랑의 생태다. 이 책에 기록된 시베리아 호랑이는 우리가 민화속에서 친근하게 만나는 호랑이에서부터 맹수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무서운 호랑이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특히 3代에 걸쳐 전수 되는 호랑이의 습성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호랑이를 왜 그렇게 영험한 동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더욱이 호랑이 생태에서 몰랐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강에서 숭어를 잡아먹고, 자신의 영토를 끝없이 돌아본다는 것 등등.

 

이 책에는 1대 암컷 호랑이 ‘블러드 메리’와 수컷 ‘왕대’를 시작으로 2대 호랑이 ‘월백’ ‘설백’ ‘천지백’의 이야기. 그리고 3대 호랑이 ‘헨젤과 그레텔’까지 삶과 죽음을 읽을 수 있다. 기록은 철저하고 묘사는 생동감 넘친다. 영상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호랑이의 생태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3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에서는 작가가 땅굴 비트에서 직접 호랑이의 공격을 받은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부분이지만 오히려 인간과 호랑이의 긴밀한 유대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시호테알리 산맥을 중심으로 ‘용의 등뼈’를 타고 우수리 숲과 원주민들의 삶, 자연을 파괴하는 현대문명의 접근, 그리고 자본주의.........

 

자연 속의 인간이 자연을 느끼고 기록한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은 인간이 대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하면서도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하는 기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