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를 아십니까? 마신적은 있나요? 자주 마시나요?

예, 알죠, 있죠, 아니요. 그냥 아는 것이죠. 포도주라고.

와인에 대한 내 주변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소믈리에는 한번쯤 들어봤고 와이노는........

이렇게 와인에 대한 문외한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와인 가이드도 비슷하겠지만, 이 책은 자세한 안내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거의 모든 와인상식 백과’라고 스스로 강조하는 이 책에는 와인의 역사에서부터 와인의 상술 그리고 와인을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은지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포도 재배지역 명칭과 포도주의 이름이 다양하고 또한 너무나 생소하기에 이름을 기억하면서 까지 읽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이라는 이름은 결국 기억할 것이다.

 

이 책에는 와인의 신화적 출발에서 시작된다. 49쪽 ‘포도 재배의 신비와 감동’에서 포도밭의 치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철의 황량한 포도밭은 디오니소스의 비극적 죽음을 상징하게 되었다. 반면에 봄철에 다시 싹이 터서 결실을 맺는 모습은 죽음마저도 극복하고 일어서는 디오니소스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게 되었다.(49쪽)’

특히 품질이 좋은 포도주 일수록 지형이 경사진 험악한 밭에서 생산된다는 설명이 새로웠다.

 

또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포도주 생산국들의 치열한 노력도 재미있다. 6장 ‘품질관리와 보호’에서는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품질 제도를 통해 철저한 관리체계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품계제도 역시 재미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포도주가 한 농장에서 생산된 단일 품종의 포도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질을 만들기 위해 ‘혼합 (blending)' 한다는 것이다. (158쪽)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주 전문가들은 그런 혼합의 천제라고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해 어는 지역의 포도밭에서 생사된 열매와 다른 어느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를 이용해 혼합하면 최고의 품질이 탄생한다는 전문성이 놀랍다.

포도주는 수확한 포도를 파쇄하고 침용해 1차 발효 후 압차, 2차 발효 후 숙성, 그리고 병입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이 책에 따르면 포도주는 생산하는 지역의 기후는 물론 밭의 상태 그리고 발효 과정과 숙성의 과정에서 어떤 기술력을 갖느냐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이 끝난 후 숙성된 포도주는 어느 해는 최고의 품질을 나타내지만 어느 해는 기대이하의 품질을 보인다고 한다. 2000년과 2005년이 포도주 품질의 최고 빈티지(생산년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참고문헌으로 제시한 책들이다.

국내에서 포도주에 대한 관심이 2000년부터 집중된 것을 반영해서 2000년대 출판된 책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전문가에서부터 애호가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포도주에 대한 책을 출판했다.

 

아무튼 포도주도 술인지라 술에 대한 결론은 비슷하다. 행복한 술자리의 적당한 술이 최고의 맛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는 포도주뿐만 아니라 막걸리 소주, 맥주, 심지어 폭탄주까지 모두 동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