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저희때 까지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사춘기 시절 숨막힐 듯 전달되는 눈빛을 늦은 밤 편지를 쓰며 달랬죠.

또 시간이 지나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그렇고, 참 그때까지만 해도 편지는 순정을 전달하는 봄날의 햇살처럼 포근하고 아른했다는 생각이 나는군요. 

그러던 것이 대학때는 공중전화기로 사랑을 속삭이고 이제는 이메일과 손전화 문자로

감정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문자도 아닌 요상한 상형문자형 글자로도 감정이 전달됩니다.

이렇게 서로의 느낌을 전달하는 매체는 달라졌지만 순수한 감정은 어떻게는 전달되겠죠 영원히.

 'D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 읽을 수록,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나와 결혼한 사람이 생각나더군요.

마치 제가 그녀에게 보내는 글 처럼, 그동안 보내지 못한 속마음을 전달해주는 듯 했어요. 

그렇게 다 읽고는 아내에게 이 책 꼭 읽어보라고 강권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내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것이 비록 한 지식인으로서 세계사의 변혁 중심에 있었던 시대적 인물이든 아니든 이곳에 실린 내용은 순수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런 글들입니다. 마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정리된 것이라고,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온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89쪽)

 아하 사랑은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 것인가 봅니다. 왜 제가 연예할 때는 이런 말을 하지 못했을까요. 참 후회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게죠.

 하지만 정말로 이런말은 저도 하고 싶지 않아요.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1949년 9월에 결혼해서 2007년 9월 함께 죽을 때 까지 자신들의 사상과 사랑으로 한 평생을 살았으니 부럽기가 그지 없습니다. 더욱이 평생을 아내와 함께 살면서 마음으로 주었던 상처까지 깨끗하게 고백하는 마지막 연서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저자 앙드레 고르의 진지한 삶을 느끼게 하는 군요. 

거미막염이라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시골농장에 들어와 병간호를 하며 생을 함께 마감했다는 것에도 다시한번  놀라웠습니다.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죽기전까지 이야기를 담은 이 편지 'D에게 보낸 편지'를 한해가 마감하는 이시각 "세상에는 사랑이 없어"라고 말하고 싶은 모든 분에게 권하고 싶군요.

너무 감성적인 서평이죠...

 더불어 스콧 니어링 부부에 대한 책도 함께 읽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