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처음으로 의식하게 된 것은 대학시절이다. 여자 선배가 사회과학 서적을 죽도록 읽고 있었다. 나는 “책이 재미있나요” 고 물었다. 그 선배는 “고통스럽지만 읽는다”고 했다. 그 선배는 책을 읽기 위해 읽었던 것이다.

그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현실을 벗어나는 도피처로 책을 잡기 시작했다. 소설책은 물론 사회과학, 경제, 심지어 과학책(어렵긴 어렵다)까지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스스로 생각했다. 수백억년 우주의 시간 속에 고작 수십 년 남은 인생, 책을 통해서라도 더 넓은 세상을 접해보자. 다른 나라, 다른 세상, 다른 생각 등등......

그러다 보니 책 읽은 재미가 이어졌다. 처음은 성취감이다. 두껍고 어려운 책이었지만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어느덧 책장을 덮고 책꽂이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허전하고 약간 불안증까지 느껴진다. 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에도 몇 줄을 읽고 싶어진다.

<책, 세상을 탐하다>는 나보다 몇 배는 더 열렬 독서가의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유명인사의 독서에 대한 단상이다 보니 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들만큼 느끼고 있으니 동질감에 대한 우쭐도 느껴진다.

이 책은 국내에서 이름만 들어도 다 아닌 독서가들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록한 것이다. 책 사랑을 넘어 도서관 사랑까지 풍부하다. 세상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탐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책 읽기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멋진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지만 우리들은 책 읽기를 통해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60쪽)

공병호 경영연구소장의 말이다.  읽고 보니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와 비슷하다. 아 행복하다.

“다산 선생이 아들에게 “이제 가문이 망했으니 네가 참으로 독서할 때를 만났구나”라고 할 때의 그 독서란...(137쪽)  안찬수 시인이 독서 삼매경을 소개하며 소개한 내용이다.

내 자식들에게도 이렇게 책읽기를 요구하고 싶다. 집안이 망해도 좋으니 독서하라고.

이 책 54쪽 사진을 보고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 남자가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웃옷을 다 벗고 바지를 내리고 독서에 집중하고 있다. 딸로 보이는 아이가 같은 화장실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모습이 사진 플레임 왼쪽에 걸쳐있다.  화장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노출된 느낌이다.

소설가 성석제의 책도둑 이야기나, 베스트셀러를 우려하는 백원근씨의 내용이나 모두 모두 즐겁다. 책 읽은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