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처음이다. 올해 책 읽기 목표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나쓰메의 책 <그 후>를 접했다. 일본 색체가 충분한 소설이다. 주인공의 탐미적인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설의 배경이 근대를 이제 벗어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배경은 일본이 러일전쟁을 끝난 후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확대되고 대자본가도 늘었다. 자본가의 둘째 아들인 다이스케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않았다. 먹고 사는 일은 아버지로부터 지원 받고 있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하는 노동을 경멸한다. 정신의 자유를 느끼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직장을 구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생활은 독서와 산책, 취미 생활이 전부다.  요즘 말로 고급 백수이다. 작가는 그를 ‘고등유민’이라고 명명했다. 고등유민 주인공을 통해 물질만을 찾아가는 일본 산업사회를 비꼬고 있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주인공 다이스케의 대학교 동창인 히라오카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의 부인은 미치요다. 미치요는 대학시절 친구의 여동생이다. 다이스케는 대학시절부터 미치요를 좋아했지만 결국 친구인 히라오카와 결혼 하도록 도왔다.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히라오카는 경제적으로 어렵다. 다이스케는 미치요를 통해 빚과 생활비를 전달한다. 친구인 히라오카는 가정과 부인인 미치요에게 불성실하고, 몸이 약한 미치요는 친절한 다이스케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물론 다이스케는 예전부터 미치요를 좋아했다.

서른 살인 다이스케는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생활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서도 요구를 받고 있다. 아버지는 지방의 토호세력과 정략결혼을 요구한다. 하지만 미치요를 사랑하는 다이스케는 갈등한다. 결국 친구의 아내 미치요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아버지에게는 정략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절교를 당한 주인공은 미치요를 위해  직장을 구하러 길을 나선다. 이 소설의 극적 장면은 다이스케가 친구 히라오카와 미치요를 사랑하고 있다고 밝히는 대화다. 친구의 부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까지 이성적이면서 감정을 축소하는 일본소설장면이 특이하다.

이 책을 번역한 윤상인씨는 작품해설을 통해 이 작품이 나쓰메의 소설 <산시로>, <그후>, <문>으로 이어지는  3부작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삼각관계를 통한 불는 소설적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의 지독한 게으름과 심미주의는 당시 산업사회로 가는 일본사회를 비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 역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직장을 구하러 가는 모습은 우리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저 푸른 초원위에 구름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임과 함께 한 백년 살고 싶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화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