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장르로 등장한 마법과 환상 소설. 이것을 표방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젊은 작가답게 ‘환상+인터넷+속도감+위선에 대한 폭로 and 베이커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여기에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현실이 녹아 있다. 단순한 성장소설로 끝날 것이라는 오해를 할 필요가 없다.

동네 골목마다 자리를 잡은 프렌차이즈 베이커리. 물론 소설 속 빵집은 그렇지 않다. 마법사가 운영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구조지만 결코 막연한 환상이 아니다. 환상은 현실을 반영한다. 꿈속의 일들이 생활과 결코 관계없는 일이 아니라는 맥락과 같다.

주인공은 현실 속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행동,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버려지기도 했다. 새엄마는 동화 속 계모보다 더 지독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인간의 욕망에 따라 빵을 만드는 곳이다. 아마도 작가는 위저드 베이커리가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인간은 모두 욕망이 있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지 풀기 때문이다. 선택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 점장은 선택이 결국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뜻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134쪽)

달콤한 빵집 냄새 속에 인간의 욕망이 녹아 있다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인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욱이 모든 결정과 선택은 스스로 하고 그 책임도 평생 심지어 후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강조한다. 

열여섯 살 말더듬이 주인공에게는 탈출을 원하는 일이 많고 감춰진 욕망도 많다.  폭발할 것 같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넘어, 지독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까지. 그는 그 현실에 쫓겨  위저드 베이커리로 들어간다. 마법의 빵집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곳은 현실 속 진실을 알게 하는, 현실보다 더한 현실의 장소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이 어떻게 일어나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게 되는 진실의 창구. 마법과 환상은 결코 현실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것.

소설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숨겨진 비밀은 충격적이다.

학교생활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열여섯 살 소년.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권위적인 가정생활에 방황하는 그는 새엄마 배 선생과도 순탄하지 않다. 배 선생의 친딸 무희가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누명을 쓰고 집을 뛰쳐나온 소년은 매일 저녁 빵을 사는 ‘위저드 베이커리’ 로 숨어들어간다. 그곳에서 소년은 빵집 점장과 종업원 파랑새의 수상한 작업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풀어줄 빵을 주문받고 판매한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 부두인형, 체인 월넛 프레첼, 타임 리와인더, 화이트 코코아 파우더. 하지만 이들의 수상한 영업은 결국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소년은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누명도 억울한데 부두인형을 주문한 사람이 배 선생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점장은 소년에게 선물로 타임 리와인더를 준다.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빵이다.

집에 돌아온 소년은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타임 리와인더를 꺼내 현실을 피하려 한다.

욕망을 해소하고 싶은 현대인들. 그것도 인터넷이라는 간단한 과정을 통해 욕망을 해소하는 우리들. 작가는 이런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라고.

이 책은 청소년 성장소설에서 흔히 보는 결론이 없다. 성장이란 수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누구 누구의 도덕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작가는 이것을 한편의 성장소설로 해결되??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위저드 베이커리가 또 어는 곳에 문을 연 것처럼 우리의 욕망을 해소하는 새로운 선택의 순간이 언제나 있다.

그러나 선택은 스스로 책임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