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 단 한명의 남을 이해하기에도 쉽지 않을 것인데, 한 인종 한 계층을 통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능할까? 더욱이 이해라는 단순한 접근이 아니라 전인격적으로 그의 삶에 파고는 일이 가능할까? 그런 일은 아마도 성자나 성인이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블랙 라이크 미]를 통해 알게 된 ‘존 하워드 그리핀’의 행동은 그런 모든 것을 초월해 행동으로 보여준 인류애였다.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를 사랑한 인간 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전 세계 수천 개 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했다는 광고 문구가 광고 문구로 보이지 않는 책이다. 더욱이 책의 본론을 다 읽고 접하게 된 ‘존 하워드 그리핀’의 평범하지 않은 삶도 흥미롭다.  

1920년생인 그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고,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공군으로 복무했다. 그레고리오 성가 전문가이기도 하다. 일본군의 폭격으로 후에 10년 동안 시력을 잃기도 했다. 그 사이에 소설을 쓰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그리핀의 눈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1959년 그는 흑인으로 분장해 뉴올리언스 지방 등 미국 남부를 돌며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차별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결국 이 책을 발간했다.

1960년대 미국은 저항정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정치적 보수화도 심했던 시절이다. 남부 여행에서 돌아온 그리핀은 이 책을 발간 한 후 그전에는 이웃이었던 백인들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결국 멕시코로 이주했다가 공산주의 학생 봉기를 피해 다시 텍사스 주로 돌아온다.

  이처럼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의 앞에서 역사를 쓰며 살아간다. 역사의 파고를 타며 역사의 선각자로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은 그피린의 흑인 실험의 기록이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흑인이 된 그는 백인들이 단순히 흑인이라는 피부색 때문에 지독한 인권유린을 하는 모습을 고발한다. 특히 다정하던 이웃들도 흑인으로 변장한 그리핀에 대해 흑인에 대한 똑 같은 편견으로 대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똑 같은 사람이지만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하는 지독한 인권유린. 그리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흑인에 대한 백인의 편견이 아니라, 선입견과 과대망상으로 남에게 지독한 편견을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고발이다.

  “나는 독일에 있는 유대인일 수도 있고, 미국 내 흩어져 사는 멕시코 사람일 수도 있으며, 그 어떤 ‘열등한’ 집단에 속한 어느 누구일 수도 있다.” -저자 머리말 중에서

  그리핀은 KKK단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아 버려지기도 했지만 살아남아 인종차별의 극단적 모습을 고발하기도 한다.

  흑인이 사회 뒷골목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흑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직업을 구하지 못한 흑인은 사회 뒤편에 서성일 수밖에 없고 그 자식들 역시 그렇게 된다. 흑인이 게으르거나 유전적으로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의미가 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