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이자 출판 기획자인 강주헌씨의 출판 기획에 대한 이야기다.

꼭 출판에 대한 기획만을 이야기 한다고 볼 수없다. 국내 상황에만 머물러 있는 기획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기획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 출판문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책에 수록된 내용이 과거에 기술된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시의성에서 다소 늦는다는 느낌도 있지만 책을 기획하고 문화를 읽어내는 모습에서 남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에이전트들이 해외 작가와 독점계약만을 하면서 인세만 올리는 모습은 마치 WBC 야구 중계료를 두고 우왕좌왕 하는 국내 TV 방송사와 케이블방송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2부에서는 ‘해외출판기획’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해외 출판사와 기획사의 모습을 소개한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만들어 내는 출판기획사와 새로운 출판사 사장의 창의적인 기획력을 볼 수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의 특징을 살려 기획을 잡고 이 것으로 마케팅까지 이어가는 모습이다.

기획의 발상이 얼마나 다양한가는 ‘슬픔의 치유사’ 앨런 올펠트를 통해 볼 수 있다. 올펠트는 슬픔을 주제로 책을 만들고 있다. ‘슬픔 다이제스트’라는 잡지를 만들어 꾸준히 독자를 유지하는 모습은 정말로 감탄스럽다. 인간의 슬픔은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이 같은 공통의 감정을 치유하고 서로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사회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서로 소통하게 하는 노력. 그리고 그것을 알리는 이 책을 만들겠다는 기획력. 참으로 놀랍다.

엄청난 돈을 벌어 쓰러져가는 출판사를 살려낸 사업가와 희망을 심어주는 성공학을 강조하는 힐에 대한 소개는 우리 출판문화가 너무 경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3부에서는 ‘프랑스의 출판기획과 독서교육’이라는 주제로 빅토르 위고 탄생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정부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국민 독서교육을 유도했는지 보여준다.

총서를 펴낸 세이유출판사의 ‘20세기 서고’의 창의적인 출판 기획력과 자신감이 대단했다.

특히 프랑스 교육당국의 국민 독서교육은 참으로 부럽다. 철학교육을 통해 일찍부터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있는 프랑스 교육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반영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빅토르 위고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각종 행사를 통해 국민이 읽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기획하는 정책이 눈길을 끈다.

국내 출판사의 아슬아슬한 운영에 안타깝다는 생각을 갖는다. 책을 좋아하게 된 사람으로서 국내 출판사가 경제위기로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 이 책은 기획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낸 해외 유명 출판사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국내 출판사들도 이런 노력을 왜 하지 않겠느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