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가 보는 문화 효용성은 어느 정도일까?

경제학자가 말하는 사랑의 정의는 무엇일까? 과연 돈과 문화의 관계는 어떨까?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는 경제학과 교수가 쓴 미술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책 제목만으로는 미술작품에 대한 경매 가격을 소개할 것 같은데 그런 내용은 거의 없다. 저자 최병서 교수가 개인적인 관심을 통해 접하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경제학에 비교해 소개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책이라고 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미술도 알고 경제도 알 수 있는 책이니.

미술이라는 재화를 기본으로 이에 대한 시장논리를 소개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제목을 한 번 본다면 이 책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작품이 갖는 경제적 가치와 경제이론을 설명한 것은 아니다. 미술작가가 본 시각과 경제학자의 시각을 비교하거나 화풍과 경제이론을 비교해 설명하기도 한다.

‘저울을 든 여인’과 중상주의. 인상파와 우키요에 그리고 상업미술의 효시 로트렉. 그림의 대량생산과 소비. 사실주의 화풍과 노동의 가치. 소실점과 거미집 균형점. ‘야경’과 야경국가. 자화상과 모델비용. 등등 다양하면서도 재미있는 내용이 이어진다.

특히 점묘파 화법과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쇠라의 작품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와 모에의 ‘루당 대성당’ 이라는 작품을 통해 시장의 원리를 소개하고, 사실주의 화풍과 노동의 가치에서는 산업사회와 노동시장의 원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장은 11장 ‘소실점과 거미집 균형점’ 이라는 코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라는 작품을 배경으로 소실점을 소개하면서 이어지는 작품소개가 재미있다. 특히 당시 라파엘로가 미켈란젤로를 의식해서 이 작품을 그렸다는 설명은 웃음이 나온다. 미켈란젤로를 작품 속에 등장시키면서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자신은 멀리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은 웃음까지 나온다.

미켈란젤로를 위대한 철학자의 반열에 그려넣은 것은 분명 경의의 표현이다. 하지만 다른 인물과 달리 그의 옆에는 진지한 문하생 한명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그를 주변부 인물로 처리한 의도이며, 그것은 일종의 조롱이었다.(158쪽)

16장 결혼 풍속도와 결혼 경제학 코너는 당시 사회상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특히 영국화가 호가스의 ‘결혼 직후’라는 작품 설명은 흥미롭다. 1743년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풍요와 함께 위선적인 귀족의 삶을 표현했다는 이 작품의 자세한 소개는 요즘 우리사회 부유층과 권력층이 보여주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글에는 작가 이름이 호가스인데 그림 소개에는 호가트라고 오자가 나 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종교적으로 엄숙해 보이려 하지만 각종 비리와 속물의 모습은 대중매체를 통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대표작품으로 폴락의 ‘넘버 5’가 있다. 작가는 묘사보다는 미술이라는 작품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는 현대미술의 특징을 간단하게 소개하면서도 카오스라는 이론을 혼합하고 있다. 그러면서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말로 최근의 경제상황을 말하고 있다. 폴락의 작품처럼 최근의 경제상황이 그렇게 어지럽고 질서가 없어 설득력이 더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사랑에 대한 경제학적인 의미를 소개하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선으로 출발한 경제학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시카코 대학 베커교수의 ‘사랑의 행위에 대한 정의’를 인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한 사람의 효용 수준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이나 효용 수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정의하였다. (281쪽)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사랑을 주는 사람도 행복하다니 경제적으로 이득을 본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로 사랑하면 이득이라는 말이다. 재미있다. 남을 사랑하는 것이 경제활동 면에서 유리하다고 하니 이 추운 현실에서 남을 사랑해 보자. 그러다 보면 우리의 문화도 풍성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