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위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성공률이 높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왜 그럴까요?’ 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은 하고 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하워드 댄포드’가 쓴 ‘불합리한 지구인’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일상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흥밋거리 책은 결코 아니다. 학교생활 이후로는 접한 적이 없는 복잡한 확률이 포함돼 있고, 어정쩡한 답변이 얼마나 불합리한 선택이었나를 느끼게 하는 해설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계산하는지도 소개한다. 가령 A군과 B군이 합해서 2,100달러를 가지고 있다. A군은 B군보다 2,000달러를 더 많이 가졌다. B군은 얼마를 가지고 있을까?(5초 이내로 답하라.) 라는 문제를 나는 보기 좋게 틀렸다.

 

이 책은 다양한 행동경제학의 이론들이 소개된다. 요즘 금융위기론이 다시 가중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우리들의 ‘화폐착각’ 이론도 재미있다. 화폐착각은 돈이 많고 적음을 ‘실질가치’가 아니라 ‘명목가치’로 판단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명목가치는 실제로 표시된 액면가격이며, 실질가치는 그 가격에서 인플레 의한 영향을 뺀 가치를 말한다. (186쪽의 문제를 풀어 보라)

 

그래서 우리는 가치 판단을 할 때 물가상승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우리는 1만 달러가 넘는 큰 금액을 ‘하루에 28달러’로 표현하면 싸게 느끼기도 한다. 이것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한다. 어떤 틀이란 시각을 통해 사물을 보면 프레임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게임이론’이라는 행동경제학 이론은 사회구성원 전체가 공공성을 위해 고민하면서도 사회구성원내 개인들이 또 다른 자기 이익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방법이다. 가장 흥미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이론에는 ‘무임승차자’가 발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우리사회에서 과감한 복지정책을 제시하지 않는 일부의 시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제6장 지구인은 이미 써버린 돈에 집착한다’라는 내용이다. 텅 빈 좌석이 있는데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할증요금을 지불하고 예약한 좌석을 이용하는 선택이나 뷔페식당에 가면 과식을 하는 모습은 우리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몰원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매몰원가는 이미 되찾을 수 없는 돈이나 시간을 뜻한다. 매몰원가에 얽매여 보통 때라면 하지 않는 판단이나 행동을 하는 현상을 ‘매몰원가 효과’ 또는 ‘콩코드 오류’라고 한다. 콩코드 오류는 지금까지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앞으로 연구해도 더욱 큰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동안 투자한 자금이 아까워 계속 연구를 하는 현상이다. 이는 종종 행정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미 실패한 정책이지만 지금까지 추진했으니 그냥 간다는 생각이다. 경제적으로 따져볼 때 가장 어리석은 판단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라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이 책은 이 처럼 사회현상을 쉽게 분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자세히 실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알 고 싶은 사람에게 참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