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너무나 상식이다. 하지만 일상의 삶에서 만나는 사람은 서로의 이득을 위해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사람으로 만남이 아니라 일로 만나는 관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수의사 문성도가 오토바이로 세상을 여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단순히 세상을 만나고 풍광을 소개하기 위해 달리는 오토바이 여행이 아니다. 작가 문성도가 수의사를 그만두고 세상을 향해 오토바이를 운전한 것은 일상 탈출이 아니라 관계의 세상을 탈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스스로 세상에 대해 문을 닫고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5대륙 12만 킬로미터를 달리는 그의 여행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길이다. 저자 문성도 여행을 통해 만난 것은 그의 말대로 사람이다.

맨 처음 동해에서 러시아로 가는 길에 만난 사람이 후에 또 다시 만나고, 아프리카 이집트 어느 곳에서 수단을 가는 길에 펑크 난 오토바이를 고칠 곳 없어 어려움에 처할 때 나타난 군인에서부터 현지 한국인 그리고 수단 바이어까지……. ‘우연 또는 보이지 않는 힘’(209쪽)에서 저자가 만나는 우연한 인연들은 누군가 마치 준비한 것처럼 그의 곤란한 상황을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책은 저자가 14개월 동안 달린 아메리카대륙 여행을 기본으로 아시아-유럽대륙횡단 여행과 아프리카 대륙 종단에서 있었던 일들이 함께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몇 가지 놀라운 일을 느낄 것이다. 첫 번째는 오토바이를 타보지 않던 저자가 여행을 준비하고 몇 개월 후에 세계여행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여행하는 오토바이 라이더가 많다는 것이다. 여행지 곳곳에서 만나는 오토바이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오토바이 여행 책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세상을 보는 저자의 눈이 참 따뜻하기도 하고 냉철하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는 스스로 내면의 이야기를 절제하는 것 같지만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성장기가 지나고 나서도 한참을 죽음의 공포에 가위눌리는 고통을 당했었다. 그런 내가 내 앞에 높인 생의 여러 개의 문 중 다른 하나의 문을 통과 하고 있었다.”(106쪽)

책 속에는 저자의 개인사가 소개된다. 오랫동안 병마에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 그리고 장애인 형,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어머니 등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오토바이 여행 내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이 책이 모험과 즐거움이 가득한 여행 책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통해 스스로의 경계를 넘어서고 달리는 저자를 통해 이웃과 사회속의 경계를 넘지 못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고 타슈켄트에서 만난 ‘그자’의 황당한 강도사건(?)과 같은 웃음도 함께 찾을 수 있다.(178쪽)

여행은 역시 재미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