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살고 있는 터라 최근에 서울 나들이를 갔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길에 변화된 서울의 진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그것은 지하철 곳곳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슷비슷한 모습 때문이다. 바로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고 있는 사람들이다. 스마트폰과 이어폰으로 연결된 사람들. 10대는 문자를 20,30대는 전화와 영상을 40,50대는 전화와 TV를 보고 듣고 있었다. 무엇과 연결돼 있지만 서로 고립된 모습으로 보였다. 그나마 지하철에 보였던 책읽기는 사람은 희귀할 뿐이었다.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전화와 문자를 날리며 누군가와 연결돼 있는 자신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부탄을 만났다. 부탄 남자와 결혼한 미국여성 린다 리밍이 전하는 부탄의 이야기는 한편에는 옛날 우리내 사람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낙후된 근대시대의 답답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부탄이라는 이 독특한 나라의 사람들이 지금까지 욕망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행복한 나라로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1997년 부탄이라는 나라로 삶을 옮긴 린다 리밍이 그동안 만난 부탄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은 농촌 마을로 시집온 어느 서양 도시여자의 좌충우돌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부탄 사람과 부탄 문화를 대하는 그녀의 마음은 진정으로 따뜻하고 아름답다. 스스로 미국 남부 여성으로 수다스럽다고 말하면서도 불상을 그리는 부탄 남편과 나누는 교감은 그녀가 얼마나 부탄을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운명적으로 그녀의 남편을 만난다. 그야말로 인연임을 보여준다. 첫날 도보로 부탄 여행을 하던 그녀가 넘어져 다리를 다쳤는데 아무도 없는 길에 우연히 나타난 오토바이를 탄 부탄남자가 몇 년 후 그녀의 남편이 된다. 그리고 수년이 되도록 그녀는 그 당시 남자의 지금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물수가 적은 부탄 남편은 그 사실을 수년 동안 말하지 않았다.

 

행복지수로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부탄 정부의 방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더욱이 부탄으로 관광할 수 있는 외국인 수도 적정하게 조절하고 있다는 소식은 자본주의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혜를 이미 깨달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부탄은 불교 국가다. 부탄 불교는 부탄인들의 생활문화이기 때문에 삶과 신앙은 동일하게 이뤄진다. ‘카르마’를 꼭 우리식으로 번역을 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한국인들은 그 의미를 어는 정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운, 정기, 불심, 정성, 등등으로 번역하면 어떨까? 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것도 카르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이심전심이요 염화미소의 소통의 정신 아닐까?

 

린다 리밍이 소개하는 부탄사람들의 삶은 카르마로 연결돼 있는 것 같다. 린다 리밍의 남편 남게이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아마도 탱화를 그리는 전문가일 것이다. 그녀는 남편을 행복의 원천으로 소개한다.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내 옆에 있는 행복’이라는 제목을 통해 남게이와의 행복한 삶을 소개한다. 그림을 그리는 남편의 ‘카르마’가 자신에게 전달되는 느낌을 느낀다는 그녀의 행복한 삶이 부럽다.

그녀는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듬는 일이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라고 소개한다.(234쪽,235쪽) 그러나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는 스스로 죽지 않을 것처럼 끝없는 욕망으로 타오르고 있다.

 

부록으로 쓰여진 ‘부탄의 자연, 정치, 주변국가에 대해’는 아슬아슬한 2011년 부탄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