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인 은성과 보라는 실크로드 도보여행을 왔다.

낭만적 여행이 아니라 소년원 갱생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것이다.

 불안한 집에서 자란 은성은 학교 일진으로 폭력학생이다. 은성이가 학교와 사회에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주먹. 미혼모의 딸이지만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구박만 받아온 은성은 결국 폭력학생의 길에서 벗어날 수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마지막 배려를 받은 것이다. 실크로드 도보여행을 온 것이다.

 여기에 보라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언제나 따돌림을 받아왔다. 왕따를 당하던 그가 선택한 길을 절도였다. 견딜 수 없는 학교생활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터득하긴 했지만 그의 문제 생활도 마지막 길에서 실크로드 도보여행을 선택했다. 

이렇게 시작된 은성과 보라의 실크로드 도보여행은 실크로드 여행이라는 낭만은 조금도 찾을 수 없을 것 처럼 보인다.

1,200km를 70일동안 걸어야 하는 선택이 소년원에 가는 선택을 피하는 길이기에 낭만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인솔자인 미주언니는 은성이가 불러주는 별명처럼 마녀다.

하지만 이 젊은작가 김혜정은 아직도 소녀의 낭만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은성과 보라의 실크로드 도보여행 징벌을 결국 지옥훈련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길을 잃어버려도, 가방을 분실해도, 심지어 폭력배에게 위협을 당해도 어떻게 된 것인지 긴장보다는 약간의 낭만이 느껴진다. 십대들의 여행을 최악의 지옥훈련을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출발이 좋았던 은성과 보라는 갑자기 대화가 중단된다. 보라는 은성이가 폭력학생으로 자신처럼 소심한 아이들을 괴롭힌 일진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끊고 도보여행을 따라가자만 보라의 최종 목표는 목표지점이 아니라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 그래서는 보라는 한국으로 되돌아 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실크로드 여행길을 벗어나 도망간다.

조금은 상투적인 내용일 수 있지만 장소가 특별하고 모티브도 재미있다.

더욱더 김혜정 작가를 신뢰하게 하는 것은 은성과 보라의 결론을 가해자와 피해자로서 서로 화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은성 따로, 보라 따로 실크로드 도보여행을 통한 갱생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분명 그들은 악으로 깡으로 목표에 도착했겠지만 소설의 마지막인 깨달음은 없었을 것이다. 은성은 폭력학생, 보라는 왕따학생으로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 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몸부림 속에서 화해한다. 물론 인솔교사인 미주언니가 있지만 그는 그냥 같이 가는 사람일뿐 두명의 화해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는 인솔교사는 자신의 과거를 통해 반성하는 언니로 남고 있다.

가독성이 좋도록 신속하게 진행되는 문장과 사건들이 전혀 부담이 없다. 하지만 비슷한 또래의 문제 학생에게 이 책을 권한다면 "그만 때리고 나도 실크로드 도보여행 보내 주세요"라고 주장하지 않을까. 이 책이 너무 낭만적이라는 말이다.

이부분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