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로 '그때가 더 행복했네' 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은 40대 이상 독자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의 기록이고, 30대 이

하 독자에게는 옛날 사람들의 느리고 행복한 삶의 기록일 것이다.

40대 초입에서 읽게된 이 책은 나에게 두가지 모두의 느낌을 준다.

기자답게 꼼꼼하게 현장을 다녀온 기록이기에 독자에게 현실감을 전달하고 있다. 더욱이 그곳과 그것에 얽힌 사연을 꽁

트같은 글로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을 다녀온 사람보다 더 현장을 느끼게 한다.

 '다랑논'편에 나오는 바우영감 이야기는 땅과 농민 그리고 현재 우리 서민이 느끼는 땅에 대한 지독한 집착을 전달 하는 글이다.

그냥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손대대로 가난의 사슬을 끊기 위한 처절한 노력으로 마련한 산비탈 다랑논.

바늘하나 꽂은 땅도 없는 우리내 서민이 느끼는 땅부자에 대한 박탈감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풍금'편에서는 국민학교 시절 그렇게 무섭던 남자 선생님들의 약점이 그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나게 한다.

풍금이 지금도 아려한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소리지만 건반을 조심스럽게 누르며 온 정신을 집중했을 선생님에게 고소하다고 할까 할 정도로 재미있다.

 '사진사'에서는 디지털 이라는 무서운 속도의 시대를 살고 있는 내 자신을 새삼 느끼게 한다. 

대학 1학년때 그렇게 원했던 수동 타자기를 하나 구입했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모두가 컴퓨터로 리포트를 내고 있었

다.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기숙사 생활과 친척집에 기숙하던 나에게 컴퓨터는 꿈이었고, 1학년 내내 리포트는 타자기를 쳐서 냈다. 지금 그 타자기는 동아리방에 있는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모든 일을 처리하면서 다른 직원에 비해 나름대로 각종 소프트웨어를 먼저 운영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내 자신이 정말로 우습다.

좋았던 시절 다 보낸 우리의 사진사는 지금 어디 있는가. 가끔 관광지에서 보이는 사진사들도 모두 디지털 사진이고 장사는 그야말로 되지 않겠죠.

그래도 가족사진을 찍으로 간 사진관에서 나는 원판 사진이라는 말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것들이 우리의 과거 모두를 전달하지 못하지만 그때 그렇게 존재했던 모든 것을 행복하게 느끼게 하는 참 고마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