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화모임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동화시라는 형식의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참으로 책읽기의 재미에 빠져있었던 시기였다. 그런데 왠일인지 이 책은 읽혀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은근히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재미있는 책만 추구하는 내가 좀 딱딱하다고 해서 못읽는다는 것이 변명이 될 수 없다며 끝까지 정말 인내해가며 읽어냈다. 삼국유사의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시라는 형식의 옷을 입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익히 들었던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 그리고 드라마 주몽에서 봤던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동화모임에 갔더니 모두들 나와 비슷하게 읽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나마 끝까지 읽은 사람이 몇 안될 정도로 혹평이 이어졌다. 아이들 대상인데 너무나 방대한 내용인 고조선, 신라, 고구려, 백제, 가락국의 건국신화를 다뤄서 대충 수박겉핥기로 써놓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차라리 삼국유사의 한부분일지라도 아이들이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깊이 있게 썼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내가 느끼기에 이 작품은 물론 삼국유사가 배경이 되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지배자의 시각에서 글이 써진 것 같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열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해 좀더 진지한 자세로 글쓰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