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이 책의 내용이 단순해서다. 세살배기에겐 이 정도의 책이 부담이 없다. 읽어주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내 아기도 크레용을 매우 좋아하며 시시때때로 "치치북"을 외치며 스케치북을 가르키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주로 그리는 것은 얼굴이다. 눈은 동그라미를 여러번 반복해서 크게 그리고, 코와 입은 선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귀는 얼굴의 밖에 긴 선으로 죽 그러내리고, 머리카락은 힘이 들어가지 않게 약하게 표현한다. 눈 아래에도 각각 세로선이 그려져 있어서 이것은 뭐냐고 물었더니 볼이라고 했다. 음~~

그리고 얼굴 아래엔 두개의 선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이 발이라고 했다. 아직 몸통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제법 또렷한 얼굴을 보면서 아이의 그림에 잘그렸다고 칭찬을 해준다. 그럴때면 아이는 의기양양해져서 얼굴을 열 개도 넘게 더 그려놓고 보라고 한다. 

이 책을 넘겨보면 크레용이 나오는데 무척이나 크다. 당연하다. 코끼리가 코로 그림을 그리는데 작으면 어떻게 코로 감고 그리겠는가. 코끼리는 덩치처럼 그린 그림 역시도 무척 크다. 파란색 원을 그리면 개구리는 그 원이 연못인 줄 알고 뛰어든다. 에고~ 코끼리가 빨간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자 동물들은 불이 난 걸로 착각을 하고 도망을 친다. 노란색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자 커다란 바나나인 줄로 착각한다. 동물들이 화를 내자 코끼리는 크레용을 가지고 도망친다.

이 책의 장점은 쓱쓱 그린 듯한 그림이 단순하지만 시원스럽게 느껴지며, 크레용으로 쓴 글씨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코끼리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 같고, 색깔과 그림 그리는 것에 더욱 흥미를 갖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