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하면 단군신화가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리스 신화가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유명 번역가의 그리스신화를 다룬 책이 광고가 많이 되었고, 그리스 신화를 살펴보면 신인데도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게 질투나 욕심, 사랑 등의 다양한 감정을 가진 탓에 친숙하게 느껴진 탓이기도 하다. 

책을 고르다보면 "이 출판사는 이렇고 저 출판사는 저래" 라는 의견을 갖게 되기도 한다.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유아 그림책 중에서 우리 아기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책들이 많아서 괜찮다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신화와 관련된 시리즈물을 읽다보니 적잖이 실망스러운 점을 느끼게 되었다. 나름대로 기획을 해서 만들었을텐데 그림은 참 괜찮지만 글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아니다. 어쩌면 원래 그런 내용이라서 이렇게 밖에 다룰 수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저승사자가 된 강림도령> 은 신화라고 하는데 사실 처음 본 내용이었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 왠지 이 책은 내 아이에겐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 이유는 강림도령에 대한 광양땅 임금의 횡포에서다. 과양각시가 억울함을 호소했을 때 자기가 해결할 수 없으면 말 것이지 뜬금없는 강림도령에게 권력을 횡사하는 것 하며 나중에 염라대왕과 영혼과 육체를 나눠갔는 것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이라는 자와 염라대왕이란 자는 과양각시와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이 작품은 강림도령의 자주적인 생각도 드러나지 않으며, 버물왕의 세 왕자가 어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나오지 않는다. 교훈으로 남길만한 것도 없다. 죽이고, 무고한자 끌고오고, 권력을 행사하고, 사람을 영혼과 육체를 나눠갖는가 하면 그러고도 나중에 강림도령은 염라대왕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강림도령은 염라대왕과 임금이 자신을 나눠 갖는 것을 좋아했을까? 한 번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