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모자열람실에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곤 하는데 아이는 제법 어른처럼 서가에 서서 유심히 살펴본 후 책을 고른다. 그러다 이 책을 빼왔다. 아이가 세살인지라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잘 만들었고, 읽어주는 재미도 쏠쏠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종알종알 말놀이>와 <하나 둘 셋, 수놀이>, <동글동글 모양놀이>로 세 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말놀이 편에서는 다시 세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고, 수놀이에서는 두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동안 아이가 원해서 가끔 긴 글도 읽어주었지만 대부분 단어나 스토리가 짧은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법 글이 길다. 

세 살 배기 아기 그림책인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건가 싶기도 하다. 종알종알 말놀이 편을 보면 의성어와 의태어가 가득하다. 개구리 폴짝, 황새가 풀쩍, 애벌레 꿈틀, 지렁이 움찔, 산토끼 깡총, 사슴이 겅중 등 두 개 정도가 비슷한 의태어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쓰고 쓰고 모자를 쓰고, 두르고 두르고 보자기 두르고, 그리고 그리고 입술을 그리고.... 등 같은 단어를 반복하여 리듬감이 살아나고 그림은 흥미를 끌게 만든다. 또한 글씨들을 곡선으로 구성하여 노래를 부르는 듯, 재미가 난다. 

수놀이도 재미있는데 처음엔 엄마 거북이 한마리와 아기 거북이 한마리로 시작하여 엄마 벌 한마리와 아기 벌 다섯마리까지 비슷한 문단과 살랑살랑, 붕붕, 갉작갉작. 삐걱삐걱, 푸식푸식, 우뚝우뚝, 찰랑찰랑 등의 소리와 모양글이 흥미롭다. 

모양놀이는 동물의 특징을 잡아서 동그라미 하나로 시작된 그림이 콧구멍이 되고, 악어가 되고, 돼지가 되는 모습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고, 독후 놀이로 아이와 함께 그려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