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아기가 할머니댁에서 의자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아기는 아파서 인상을 쓰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의자를 손바닥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시면서 ’의자 너 왜 그래. 우리 소홍에게 왜 그랬어"라고 하셨다. 그러자 아기는 할머니 얼굴을 쓰윽 살피더니 얼른 일어나 자기도 의자를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뭐라고 옹알댔다. 그 후부터 아기는 어디에 부딪히면 나에게 뭐라고 소리를 해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린다. 내가 쳐다보면 그제서야 부딪힌 곳을 때리는 시늉을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화를 푸는 방법으로 저 모습이 올바른지 한참동안이나 고민했고, 사실 지금도 고민중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화가 나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물건을 부시거나 괜히 남에게 화풀이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화가 난다. 문제는 화가 아니라 화를 푸는 방법이 어떤 가이다. 화를 나게 한 대상에게 가서 "나, 화났어’"라고 말하고, 화가 난 이유를 말해 주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사실 화나게 하는 대상에게 화났다고 말하는 것도 싶지는 않다. 그 대상이 나보다 힘이 세거나 일부러 화나게 했다거나 한다면 사실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말도 못하고 징징대거나 소리를 지른다면, 꾹 참고 속으로 삭혀야만 한다면...

이 책은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를 잘못 표현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무엇이 화나게 하는 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며, 잘못도 없는 대상에게 화를 푸는 것은 안된다고 말한다. 화가 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화를 푸는 몇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베개를 두들기거나 누르면 톡톡 터지는 비닐을 밟아 본다던지, 동네 한바퀴를 뛴다든지, 맘껏 소리지를 수 있는 곳을 찾아 소리를 질러버린다던지... 또한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다른 사람의 물건을 부수거나 막말을 하지는 말자고 한다.

다른 사람때문에 내가 화가 날 수도 있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할 수도 있다는 점도 잊지 말 것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앙금이 남지 않을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도 화푸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내 자신도, 그리고 아기에게도 화를 푸는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