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어렸을 적에 눈만 돌리면 사방에 풀과 나무와 곡식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시간이 흐르면 새싹들이 옹글 옹글 자라고, 또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맺는 과정은 굳이 부연 설명이 없더라도 자연에 대해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직접 씨를 심어 본 것은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다. 초여름이 되자 아버지는 작업을 하시면서 마당에서 지붕으로 줄을 연결하셨다. 그 줄을 보면서 나팔꽃을 심으면 실을 타고 뻗어올라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직접 심은 곳에 날마다 물을 주고 싹이 나길 기다리며 줄기를 뻗어 올라가는 모습과 꽃을 피울 때는 나팔꽃이 대단히 장하게 여겨졌었다.

이 책은 고양이 샘이 커다랗고 노란 해바라기를 키운 과정을 담고 있다. 씨를 사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하나씩 심고, 흙으로 구멍을 덮은 다음 물을 준다. 싹을 틔운 해바라기에게 잘자라기 위해선 물을 줘야 하고, 어느날 커다랗고 노란 해바라기꽃을 피우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샘은 해바라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무당벌레와 지렁이의 조언을 받게 되고, 지렁이와 무당벌레의 말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풍선에 담겨있으며, 땅위의 모습과 땅속의 모습을 따로 볼 수 있게 날개가 달려 있어 종이를 들춰보는 재미는 아이들에게 선사한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해바라기는 어떻게 가꾸는지 도움말이 따로 나와 있어 아이들이 책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도록 돕고 있다. 아이가 좀 더 자란다면 화분에 해바라기 몇 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