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마이클 샌델의 강의와 저서가 대중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내가 접해보니 놀랍지만 곧 이해가 되었다. 추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지는 '정의'라는 학문을 실생활과 연관짓는 샌델의 강의방식이 신선하면서도 대단한 것이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드라마나 소설책보다 더 몰입한 정치철학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내게 가장 인상깊은 부분 역시 아무래도 정의를 다룬 영역이다. 샌델은 정의를 세 가지 출발점에서 생각해 보는데, 그 첫번째는 공리의 극대화이다. 여기에서는 행복(효용)을 경제학적 측정의 일환으로 편익(기쁨)에서 비용(고통)을 제외한 총 합으로서 고려하는데, 이것은 결과적 도덕추론의 한 방법인 공리주의 입장의 사고이다. 대표적인 공리주의자인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말하는 정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러한 공리주의에는 모든 지표를 수치화 하는 것과, 고급쾌락과 저급쾌락의 수준을 나누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존 스튜어트 밀이 답을 구하고자 시도하였다.
  두번째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지에서 논의가 시작된 자유주의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로버트 노직과 같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과세나 부의 재분배가 개인의 의무가 될 수 없다고 반대한다. 그에 비해 로크, 칸트, 존 롤스의 자유주의는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와는 구별되며,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인 성향을 띈다. 이 자유주의가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계약의 개념이다. 특히 존 롤스의 정의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사회 원리에 합의(계약)한다는 가설 상황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때에는 기본적 자유의 원칙과 함께 차등의 원칙과 기회 균등의 원칙이 요구된다. 이런 요소들이 빈부격차의 완화를 정당화 하여 자유지상주의의 극단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세번째는 목적론적 관점에서 미덕을 지향하는 공동체주의 입장에서 출발한다. 마이클 샌델이 바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미덕형 정의론을 지지하는 입장에 있다.

 

  총 다섯강으로 저자는 정의, 자유주의, 공화주의, 생명윤리, 그리고 공공철학을 주제로 한 마이클 샌델의 저서를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오랜기간 샌델과 연구를 교류하고 감수한 저자 고바야시 마사야가 샌델의 저서를 해설한 것이다. 샌델의 책 자체가 현학적이거나 어렵게 저술된 것은 아니지만, 한 차례 다시 풀어쓴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 더 편안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세 가지 이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며, 한계에 봉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어느 관점이 정의에 더 부합하는 올바른 해답인지, 그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각 논리의 장점과 한계를 생각해보도록 이끄는 마이클 샌델의 교수법은 무척 매력적이다. 또한 이 책은 그러한 샌델의 강의의 성격을 살리며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