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인표가 쓴 책이라고 하니, -내가 그러하듯- 많은 사람들에게 선입견이 앞서리라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차인표씨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지성과 재력을 겸비한 엄친아 이미지를 차치하고서도, 나는 그가 주연한 드라마를 보고자랐고 요즈음에는 봉사활동에도 열심히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호기심 반으로 읽어 본 이 책은 기대 이상이다. 아니 사실은, 내가 소장한 여느 책들 보다 책장 앞쪽에 꽂아두었다. 표지그림과 문체의 분위기처럼 단숨에 쉽게 읽히지만, 그 과정에서 터진 웃음과 훔친 눈물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 원천은 작가의 숨겨두었던 필력인지 혹은 오랜 시간 배우로서 키워 온 감수성인지 아니면 몇년 간의 노력의 결실인지 어느쪽이든 감탄을 자아낸다, 이 책.

 

    주인공 세 명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되어 있지만, -애초 표지에서 부터 단편이 아닌 장편소설이라고 밝힌 것 처럼- 말미에 가서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매듭 지어진다. 종결자, 나와바리와 같은 유행어를 서슴없이 인용한 신선한 감각과, 불쑥 튀어나오는 꿈과 상상 혹은 산발적인 느낌들을 이야기 중간 중간에 조미료처럼 곁들인 글이 마치 양념에 잘 버무려진 맛깔난 음식과 같다. 그 웃음의 재미로 인해 책에 빠져들었는데, 한편 이보출이 아버지로서의 절박한 마음을 표현한 대목은 눈물 방울이 뚝 떨어질 정도로 진중하다. 그것은 인위적인 표현이 아니라, 부정(父情)의 경험에서 빚어진 감동인 탓이리라.

 

    순탄하기만 한 생활은 그 색깔이 덜 하고, 역경을 딛고 선 인생이 비로소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이보출은 욕심으로 돈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최선을 다한 노동의 댓가의 소중함을 배웠다. 박대수는 딸아이에게 골수를 기증해 줄 사람을 간절히 찾아 해매이면서, 누군가를 도운 적 없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인지하였다. 죽음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의 경험과 깨달음이 있었기에, 나고단은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그들은 비범하고 운 좋은 사람들이 아니고, 지극히 평범하며 오히려 지독히도 운이 없다고 좌절했던 사람들이다. DJ의 오늘예보가 주는 메세지처럼, 현재의 나로서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되겠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듯, 오늘의 열정은 내일에 행복을 선사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