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어떤 사람은 피처폰을 꺼낼 때마다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이제 좀 바꾸라며 구박한다고 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범국민폰으로 자리잡으며 우리는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아날로그인 책 속 글귀는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시집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지만 요즈음엔 책, 그 중에서 시집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란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라. 마음이 아픈 우리들이 기대고 또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여기 책 안에 있는 이 '시'이기에.

 

   이 책에는 저자가 선별한 90편의 주옥같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것은 중국의 사상가 노자에서부터 조선의 다산 정약용선생, 천재시인으로 불린 랭보와 한국의 황지우시인에 이르기까지, 실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다양하다. 

 

   문정희 시인의 <이별 이후>라는 시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좋다. 물론 시인에게 영겁의 시간 같았던 열흘에 비하여, 나는 오랜 만남을 뒤로한 지 어언 2년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시인과 나에게 다르지 않은 것은, 섭섭함이나 분노를 넘어선 허무함이다. 나는 반갑게 조우하는 얄팍한 친분보다 못해 진, 우리의 뜨거움이 슬프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웃음도 희미한 그가 또 이렇게 각자의 삶을 사는 우리가, 그리고 너무 잘 지내고 앞으로도 더 추억이 흐려질 내 스스로가 참 슬프다.

 

   페터 회 시인의 <고독의 축복>은 방문 안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는 고독을 자비로 그리고 있는데, 그 시인의 깜냥이 대단하다. 사는게 팍팍하고 외롭다고 느낄 때마다, 그것을 고통이 아닌 축복의 시간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아, 책을 읽으며 나는 시인을 흉내내본다. 따뜻하다. 용기가 퍼진다. 계속 이 마음으로 젊음을 보낸다면 쉽게 좌절하지 않을 지어다.

 

   나에게 멋진 선물이 되어 준 책.  엮은이는 책 뒤에 시인들의 주요 약력을 덧붙이는 배려를 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