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세대 아이돌인 'god'가 12년 만의 완전체 결합을 선언하며 팬들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신곡 '미운 오리 새끼'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나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유년 시절의 기억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 아마도 'god'라는 가수가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이 낳은 환상문학의 거장 '닐 게이먼' 또한 이번 작품 <오솔길 끝 바다>를 통해 전세계인들에게 잊지 못할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현재를 살아갈 힘을 전한다. 주인공인 '나'는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한 연못에서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소녀 '레티'를 떠올린다. 작은 연못을 '대양'이라고 말하는 어린 소녀의 상상력이 엉뚱하게 느껴지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무서운 현상들 사이에서 자신의 손을 절대 놓지 않는 강인함은 진심으로 다가온다. '나'는 다시 찾은 레티의 농장에서 진심 어린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을 지 모르는 '나'에게 대양을 건너온 소녀는 특별한 어린 시절을 선물해주었고 그 기억은 만질 때마다 따뜻한 힘을 발산한다.

 

그러나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탄 토스트를 좋아한 적이 없었고 그저 버리지 않으려고 먹었다고 고백했다. 그때 아주 짧은 한순간, 나는 내 어린 시절 전체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p.36)

왜 어른들은 나니아에 대해서, 비밀의 섬과 밀수꾼과 위험한 요정들에 대해서 읽고 싶어 하지 않는 걸까? (p.90)

 

어른이 되면 안타깝게도 터무니없는 것들에 대해 손사래 치기 바쁘다. 오랜 세월 살아오며 많은 것을 알았고 실제로는 그러한 것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경종을 울린다. 잠시 어린 시절 읽던 동화책을 펼쳐보기를, 그 안에 적혀 있는 삐뚤빼뚤한 글씨들을 보며 행복하기를

 

꽉 들어찬 어른의 옷장 바닥에서 잊히는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처럼, 어린 시절의 기억은 때때로 그다음에 일어난 일들 아래로 덮이고 흐려지지만, 절대로 영원히 잊히지는 않는다. (p.15)

 

다시 한 번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가져보자. 악과 맞서 싸우는 용감한 마법사가 되어 보자. 순수했던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했었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