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한 작은 마을 '스리 파인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르망 가마슈 경감의 숨막히는 추리가 다시 한 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캐나다 작가로서 미스터리계의 인기작가로 발돋움 한 루이즈 페니가 다시 한 번 애거서상을 수상하며 작품 <가장 잔인한 달>로 독자들을 만난 것이다. 소설의 서문에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한 T.S.Eliot의 <황무지>의 일부가 나온다. 시에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네......'라는 구절은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 아름답기만 할 것 같지만 부활이라는 과정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작가는 가장 잔인했던 4월의 의문사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독자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리 파인스는 캐나다 퀘백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퀘벡주의 지정학적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존하고 있으며 미국과도 인접한 곳이다. 하지만 스리 파인스만은 험준한 지형에 가려 기억 속에서 지워진 마을이라고 묘사된다. 그런 마을의 4월 부활절 주간, 영영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마을 사람들은 의문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사건의 발단은 부활절이라 즐거울 것 같던 일요일에 행해진 영매의 교령회다. 유령과 접선한다는 어른들의 철없는(?) 행동이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 속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 또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치명적인 공감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책을 읽는 도중 만날 수 있는 허름한 옛 저택의 고딕적 요소들 또한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리고 스리 파인스와 인연이 깊은 아르망 가마슈 경감이 다시 한 번 사건에 뛰어들면서 인간 본연의 두려움과 욕망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자연은 균형이에요. 작용과 반작용, 삶과 죽음.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죠. 스리 파인스 가까이 옛 해들리 저택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서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죠."(p.55)

 

헌책방을 운영하는 머나의 말이다. 작가가 이 추리소설을 쓰면서 염두에 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행복과 대비되는 허름한 저택은 걱정, 불안, 두려움을 던져놓는 장소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행해진 교령회는 감추고 싶어했던 그 감정들을 다시 꺼내놓는다. 허나 이것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에서 공감을 얻는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균형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