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선택한 책이다. 어쩜 '밥상'이라는 정겨운 단어에 마음이 더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네 가정에 식탁문화가 자기잡기 이전, 대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정성스레 요리한 반찬으로 소박하게 한 끼 식사를 하던 시절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고베'라는 단어와 '일본 가정 요리'라는 부제가 있었지만 말이다.둘째를 낳은 아내가 음식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요즘 간단하지만 그럴 듯한 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신혼 초, 나라가 돌 무렵 아내를 위해 칼국수 요리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래서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던 내가 다시 둘째를 가진 아내를 위해 피망찜을 만들었다. 모양은 그럴 듯 했지만 맛 볼 생각은 하지 못 한 채 맛나게 먹는 아내와 나라 모습을 바라보며 요리에 대한 흐뭇한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이 우리 가정에, 아내와 나에게 유익한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일본 가정식 요리는 우리 가정과는 거리 먼 듯 했다.이 책은 미국 유학 중 만난 일본인과 결혼해 현재 일본 고베에 살고 있는 반시(현재 운영 중인 요리 블로그 닉네임)가 건강한 식생활과 이웃 나라 일본 가정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 집필한 것이다. 본격적인 요리 이야기에 앞서 일본 가정식의 특징, 일본 가정의 식탁 예절, 일본 요리의 기초, 기본 재료와 양념, 반시네 천연 국물과 양념, 조리 도구 등 기본적인 요리에 관한 것과 일본 요리에 관심에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본 가정요리에 대한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두번재 파트부터가 본격적인 요리와 레시피가 들어있다. 정식에 관련된 요리, 한 그릇 요리로 '매일 먹는 소박한 밥상'이다.  세번째 파트는 '가끔 먹는 특별한 밥상'으로 손님상으로 어울리는 요리와 도시락으로 괜찮은 요리가 실려있다. 낯익은 주먹밥과 초밥, 샌드위치를 보니 반가웠다. 네번째 파트는 즉석반찬과 저장반찬으로 어울리는 요리로 '쉽게 만드는 건강 반찬'이다. 마지막으로 일본 주부들의 요리 습관으로 레시피를 메모하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음식은 양념이 워낙 단순해서 레시피의 수치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과 몸이 기억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요리 습관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이었고, 지금 주방에 사수하고 있는 아내의 요리 습관과도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우리네 밥상에도 자주 오르는 친숙한 재료들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왜 낯선 요리가 되는 것인지, 과연 그 요리들은 어떤 맛이 궁금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반시가 소개하는 요리로 밥상을 차리면 건강해질까, 그것이 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