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공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양의 기준을 제시하는 진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다. 인문학자의 시각과 과학자의 관점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융합적 학자’이다.

 

과학 영재의 슬픈 풍경: 경쟁적 선행학습으로 영재를 기획하려는 교육 문화와 시스템이 영재를 인재로 만드는 데 실패하고 있다. 우선 선행학습에 길들여진 어린 영재들은 정작 마음껏 공부하고 토론해야 할 대학에 들어와 과학적 호기심을 잃어버린다.

너무 빨리 많은 것을 알아버린 탓일까? 오히려 그것보다는 주어진 문제들을 제 시간에 푸는 무의미한 반복 행위에 질려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나이에 이미 지쳐 버린 것이다.

 

소통 없는 연구는 맹목: “과학 없는 종교는 공허하고 종교 없는 과학은 절음발이”라던 아인슈타인의 화법을 차용하면 어쩌면 “연구 없는 소통은 공허하고, 소통없는 연구는 맹목”일지 모른다.

 

한국 이공계의 진짜 위기: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학에 진한한 뒤에도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시와 편입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틈에서 순수한 학문의 세계를 탐험하는 자들은 결국 소수자일 뿐이다.

 

과학의 본질은 논쟁이다: 과학기술은 논쟁의 밥을 먹고 성장해왔다. 과학자들은 끊임없는 상호 비판과 경험과의 대조를 통해 조금 더 객관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과학자 사회는 늘 반론과 재반론의 바다에 빠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논쟁’이라는 명제를 여전히 낯설어 한다.

 

호기심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나는 학생이다’라고 외치는 이들이 더 많아진다면 우리 공동체는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저명한 신경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이 고백했듯이 “성공을 위한 가장 손쉬운 전략은 그런 사람들 곁에 지내면서 호기심과 열정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일지 모른다.

 

<강남스타일>의 진화론적 분석: 막춤은 추기는 쉽지만 따라 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말춤은 누구나 아는 단순한 규칙을 가진 춤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로 빠르게 복제되며 진화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춤이 따라 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멘탈 연가시에 저항하라: 종교의 모든 교리들이 멘탈 기생자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은 정말 그렇다. 세상의 지식이 어떠하든 자신들의 종교적 교리만이 진리라는 믿음은 멘탈 연가시다.

이른바 사이비종교에 몸과 마음과 가정을 모두 빼앗긴 분들도 감염자들이지만, 종교적 교리와 열정 때문에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는 일에 삶을 헌신하고 있는 ‘멀쩡한’ 분들도 사실상 감염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보수에 대한 비판은 곧 빨갱이짓이라는 생각, 세상의 현실이 어떠하든 시장市場은 옳다는 믿음, 정차야 어떻든 목표만 완수하면 정당하다는 관념,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멘붕’에 빠뜨리는 멘탈 연가시다.

 

회의실을 지배하는 것은 누구인가?: 단어가 가지는 이 엄청난 힘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왜 철학자 하이데거가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는 개념으로, 진화생물학자 도킨스가 그것을 ‘밈’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려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구를 만드는 것은 우리지만 그 문구는 다시 우리를 지배한다.

‘단어의 각축장’에서 살아가는 우리, 나쁜 밈에 감염되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할 것이다. 

  

 

침팬지는 <강남 스타일>을 따라 할 수 있을까: 모방 행위와 가르치는 행위에 대한 기준을 높이면 높일수록 동물들이 문화를 가질 가능성은 떨어진다.

동물의 세계에도 혁신은 생겨날 수 있지만, 그것을 보전하고 축적하고 전파하기에는 그들의 모방 능력과 가르치는 능력이 모자란다. 혁신을 만들고 축적하고 전파하는 종은 오직 인간뿐이다. 이런 능력의 차이가 인간을 자연계의 명품으로 진화시켰다.

 

분노를 넘어 공감으로: 공감은 분노와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다. 공감 본능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고 감정적인 교감을 일으키는 본능으로서 침팬지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상위 능력이다. 우리가 지구의 생명 역사에서 가장 독특한 종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분노와 응징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공감과 배려 덕분이었다. 분노를 넘어 공감에까지 이르지 못한다면, 단순히 한두 번의 선거가 아니라, 누구도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기도, 불안이 낳은 오래된 흔적: 그런데도 왜 우리는 기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사례들보다 그것을 입증하는 사례들을 더 재빠르게 취합하는 성향이 있다. 반례가 나와도 무시하고 확증 사례만을 얼른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이런 추론 실수를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기도는 우리의 확증 편향 때문에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기도의 응답과 반대되는 사건이 터져도 기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무엇 하나라도 응답과 연결되는 사례를 찾아다닌다.

 

식사 메뉴도 통일? ‘다양성 지수’ 좀 높입시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시대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획일성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가족의 과학: 폐경기가 지난 중년 여성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의 관점이 필요하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 자신이 직접적으로 번식하는 대신에 다른 방법을 통해 번식 성공도를 높일 수 있다. 그것은 손주 돌보기이다. 손주에 올인하는 할머니는 진화적으로 이상하지 않다. 인류학적 증거들도 많다. 번식 대신 양육을 택한 할머니가 가족 공동체를 번성시켰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