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골의사’라고 스스로 칭하는 사람을 처음 본 것은 대한민국 ’20대 재태크에 미쳐라’ 라는 책에 추천사를 썼었을 때였다. 경제도서에 뜬금없이 ’시골의사’ 라니, 어리둥절하기만 했는데 내 생각을 미리 읽어낸 듯한 저자는 추천사 아래로 ’박경철 님은 현직 외과의사로 본명보다 ’시골의사’ 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투자전문가이다’ 라고 짧막하게 그의 대한 설명을 했다.  본업 의사못지 않게, 경제학적 지식또한 남다른 그의 모습이 풍부한 사람. 이후 각종 신문이나, 그가 편찬한 각종 도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된 그의 대한 인상은 사실 좋지 못했다. 마땅히 사람을 고치고, 살려야 할 의사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기는 커녕, 경제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못마땅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골의사’라는 검소한 표현과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경제’와는 너무나 이질적으로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였기에 때문에 쓸 수 있는 책이었고, 의사 자신의 본분이 확실하게 느껴지 책이었다. 의사일을 하면서 겪게되는 우역곡절의 에피소드와, 가슴아프고 따뜻한 이야기 간혹 웃기고 재밌는 이야기가 톡톡 튀어나오는 드라마같은 책이기도 했다. 정말 ’뉴하트’ , ’종합병원’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 아니 사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같은 일들이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상깊은 이야기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명과 신념사이에서’ 라는 이야기를 꼽을 수 있었는데, 종교적 신념에 따라 환자에게 피를 공급하지 않는 의사의 신념과 환자를 지켜야 하는 사명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였다.

	환자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사로서 수혈거부라는 종교적 신념과 맞닥뜨릴 때 의사는 과연 무엇을 먼저 존중해야 할까. 참 난처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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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지만, 나는 작년 1년동안 어쩔 수 없이 종교를 강요당해왔다. 가끔 예배를 하러 가야만 했고. 주말마다 교회에서 억지로 주님의 은총이라는 둥, 찬송가를 불러야 하는 둥. 귀찮고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해야만 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판타지 이야기를 줄줄 읊는 그들의 말들은 이해불능이었고, 초반에는  항상 성경글귀에서만 진리를 찾는 그들의 태도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 때문에 한동안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저주를 일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듣고, 살피고 하다 보니, 딱부러지게 말할 수 는 없지만, 종교를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진실로 믿는 구나’하는 것이 바로 ’신념’ 이라는 것이었다. 인생의 사명만큼이나 그들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신념’이 과연 ’사명’과 마딱뜨렸을때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에게 피를 수혈하고자하는 의사의 사명과 피를 수열하지 않고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신념사이. 종교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생각해보게끔 하는 글이었다.

	매일매일 누군가가 사망하고 또 누군가가 그 자리로 새로 들어오는, 그런 곳에 누워있는 환자의 마음은 어떨까. 죽음의 길을 떠나면서 자신의 육체를 나눠주고 가는 분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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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은 환자들의 죽음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탓에 종종 타인의 죽음에 무뎌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무뎌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바로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이 떠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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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수 많은 약들. 하지만 약들 중에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아무리 의사라도 마음의 병까지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참 안타까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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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직업이긴 하지만, 과연 어떠한 사람들이 의사가 되는지 또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생명을 어루만지는 일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극단적이고, 안타까운 결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겠다. 간혹 답답할정도로 형식을 차리고, 딱딱하게 환자를 진료하는 그들에게서 실망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 저자처럼, 많은 생명들과 사연들이 오가는 '병원'에서는 인간에 대한 참된 처방전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 사람의 생명의 무게를 가늠한다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지를 의사가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고, 슬퍼하고 있다는 점이 고맙게 느껴진다.

비단 의사뿐만이 아니더라도, 나는 평생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예전에 장애우 봉사활동에서 넋놓고 가만히 있었을 던 적이 있었다. 아무도 도움을 요청한 사람도 없었고 휠체어를 타고 있는 그들이 그저 묵묵하게 혼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 봉사단원이 내게 말했었다. '직접 찾아서 도와주는 게 봉사'라고.. 당시에는 참 부끄럽게 느껴졌는데, 사실 그 일을 지금생각하노라면 아직도 부끄럽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