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면, 어느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좋아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비문학처럼 딱딱하지도 않고, 수필보다는 꾸밈없고, 때에따라서는 어떤 영화보다도 사실감이 느껴지기도 하며, 시처럼 머리를 끙끙 싸매지 않아도, 술술 읽혀지기 때문입니다. 다소 도도한 매력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도발적이기도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었기에, 소설이 좋습니다.

’달려라 아비’는 참 소설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단편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눈물을 지어짜내는 내용도 없었고, 슬픔에 동정하는 내용도 없었습니다. 정전기처럼 짜릿한 감정도 없었고, 가슴뭉쿨한 사랑이야기도 아니었기에, 단편소설을 음미하기에 두말할 것 없이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이자, 단편소설인 달려라 아비를 포함해, 그 밖의 단편소설8편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편소설 하나하나를 다 읽고나면, 작가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모르겠지만, 각각의 내용들은 저마다의 깊이와 느낌을 제시하고 있어, 읽으면서도 재밌었고, 읽고나서도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이게 진정 무슨 감정일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진정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달려라 아비’는 임신한 어머니를 버리고, 멀리 떠나간 아버지를 두고, 이곳저곳을 달리는 아버지에 대한 상상을 하는 주인공에 모습을 하는 내용인데,  어찌보면, 암울하고, 어두운 배경을 이겠지만, 그러한 감정이 머리카락 한 올 정도도 없을정도로 색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떻게보면, 성숙을 넘어서는 엉뚱함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구태여 꿋꿋해지고, 견뎌내는 그리움을 넘어서 상상으로 곱씹어내는 ’괜찮다’는 감정이 독특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라던가, 아버지를 찾는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쉽게 울컥하게 될 터인데도, 재밌게 표현해다는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달려라 아비 뿐만이 아니라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도 재밌었습니다. 아니, 매우 재밌게 읽었습니다~ 복어를 먹은 아들에게 ’오늘밤 자면 안된다. 자면 죽는다" 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이야기 또한 ’달려라 아비’처럼 어떻게 보면, 암울할 수도 있는 분위기를 재치있고, 발랄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버지의 부재에도, 발랄하고, 밝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기교에 감탄했고, ’이렇게도 생각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애란 작가님이 23살에 쓴 작품인데도, 이 만큼에 역량을 표했으니,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은 어떻게 쓰실까는 생각에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시를 써본 사람이 있다면 명시를 지은 시인을 극찬하게 될 수밖에 없고, 마찬가지로 소설을 써본 사람은 소설에 감탄하는 정도도 클 수밖에 없겠지요. 매번 어줍지않은 글로 실험하고, 끄적여보는 저였기에,, 간만에 흥미롭게 책을 읽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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