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피니언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북피니언님들의 서평을 읽게되고, 감동하게 됩니다. 때로는 곧바로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는 다짐을 하기도 하는데요. 달과 6펜스는 한 달전이었던가, 파랑새님의 서평을 읽고나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며칠전에 읽게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읽었던것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책을 들고 학교를 돌아다닐때 친구들이 ’어! 나 이 책 읽었는데’ 라는 말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던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언뜻 들어본듯한 책이긴 했지만 여태까지 읽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부끄러워 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 읽지 않은 책이 한 두권이겠어요? 유명한 책은 헤아릴 수 없기에,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책이든 한 권 한 권씩 해치워(?) 나간다면야, 읽어야 될 책들은 읽을 수 있지 않겠지요

달과 6펜스는 고갱을 바탕으로 한 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고갱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고갱이 이런 사람일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책의 평론부분을 읽어보면 실제로 고갱의 일생과 주인공 스트릭랜드의 행동과는 몹시 흡사하다고 합니다. 약 5~6달 전에는 고흐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다른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고갱을 존경한 나머지, 고흐와 한 집에서 같이 미술작업을 했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또한, 그 당시 고갱을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미술용품비와 식비를 모두 고흐가 지불했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서인지 아마도 책 속에서 등장했던 스트릭랜드를 존경했던 ’스트로브’는 ’고흐’를 나타낸 것이 아닐까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고갱과 싸운 이후에 귀를 잘랐을 만큼 그를 원망하기도 했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인정했던 그의 모습은 아내를 스트릭랜드에게 뺴앗긴 스트로브와 같았습니다. 아내를 빼앗기고, 스트릭랜드가 아내의 나체를 그린 그림에 나이프를 휘두르려 했지만, 훌륭한 예술작품을 알아보고는 차마 흠집내기를 겁내는 그의 모습에 분노도 아니고, 동정도 아닌 묘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참 묘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어떠한 작품을 형용할 수 없는 마땅한 표현이 없다는 것입니다. "곡선이 우아하다." , "야생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등의 여러 단순한 표현으로 얼마든지 예술에 대한 찬미를 할 수 있겠지만,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작품을 알 수 없으며, 어떤한 형용사도 그 예술작품을 100% 재현해낼 수 없기 때문에 예술작품이란 직접보지 않고서는 논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달전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관에서 파는 도북을 사서 오는 길에 보았는데, 정말 실망스럽게만 느껴지던 것이, 사진으로는 그 작품의 간절함(?)이 나타나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붙자국이라던가, 캔버스너머로 스며오는 냄새등을 포함해서 작품을 바라볼 때의 그 맛은, 어느 비싼 카메라로도 나타낼 수 없겠지요. 그만큼 예술을 빚어내는 작가의 열정과 혼은 무엇가도 비교할 수 없으리라 느낍니다.

예술가를 직접 본적도 없지만, 여러 책이나, 잡지등에서 묘사한 예술가들의 생활을 보건데, ’예술 활동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는 생각은 많이 해보기도 했습니다. 인사동에 밀집되어있는 개인미술관을 반쯤 들뜬 눈으로 어기적 거니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쓰레기더미에서 살면 어떤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쓰레기통에 몸을 쑤셔놓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예술이란 재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거니, 어쩌면 광적으로 미치지 않고서야 예술활동하기는 어렵게거니 했습니다. 이외수 작가님의 장외인간에서 ’한국에서 예술활동하는 것은 굶어죽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풍자했던 부분도 있었으니, 어쩌면 예술이란 ’굶어죽을 것을 감안하면서도 광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 일지도 모르겠지요.

달과 6펜스에서 달은 ’예술의 혼’을, 6펜스는 경제적인 빈곤을 함축한 표현이라 했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반면 6펜스로 살 수 있는 것이 바로 달이 아닐까는 저만의 상상을 하게되었는데,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빈곤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고픔, 빈곤, 탐욕을 떠나, 오직 예술에만 매진하던 그 였기에, 예술활동에 빈곤이 장애물로 작용했기 보다는, 빈곤으로부터 예술을 할 수 있었던 열정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6펜스 밖이 없었던 환경에 만족했던 그였기에 그 이상의 부를 획득하는 탐욕이 없었고, 때문에 예술에 매진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예술을 탄생시킬 수 있지않았을까 하고 말이지요.
어떠한 일에 매진하면서도, 곧 회의감에 젖어들어, 그 일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는 생각에 불만에 사로잡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알아주지 못하는 많은 이를 탓하며 스스로 불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참 사소한 걱정이기도 헌데,  

어느 신문에서 읽은 세계의 갑부가 이런말을 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의 마지막 부분을 넘기면서, 자기가 하는 일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면, 어떤 한 것들에서든 구속받지 않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창조해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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