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세계문학상 원고료 1억’ 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까’ 는 기대를 하던 때였었지요. 세계문학상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단지 ’세계’라는 단어를 볼때면 마치 고귀한 임금님을 마주하고 있는 듯해서 살짝 기대가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달뒤에 바람같이 톡 튀어나온 작품이 바로 너무나 유명해진 ’아내가 결혼했다’ 였습니다. 더불어 익숙한 세글자를 가진 작가 ’박현욱’씨의 작품이라는 사실 또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소설을 쓰신 작가님이시기도 했기에, 이런저런 인터넷상을 떠돌아다니면서 발자국을 쫓아다닐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아내’라는 단어가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읽지는 않았다죠. 그리고 왠만큼의 나이를 먹지 않는한 읽을일도 없겠거니 생각하면 나중에 읽을 것을 기약했습니다.

마침 학교 수업중에서  ’가족의 사회문제’를 주제로 토론의 사회자로 발표할 일이 생겼기에 어떤 주제로 할 것인지 고민고민을 하다가, 문뜩 생각난 것이 ’아내가 결혼했다’ 였습니다. 사실 아내가 결혼하는 것은 사회문제가 아니지만,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각’ 과 ’관점’에 대한 쪽으로 토론을 몰고 가고자 바로 구입해서 반나절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역시 박현욱작가님의 소설! ’ 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책 내용이 재밌게 읽혀졌습니다.

전작 ’새는’ 과 등단작 ’동정없는 세상’에 부분 부분을 떼어 온 것 같이, 겉표지에 ’박현욱’ 이라는 이름 석자가 없더라도, 바로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님의 향기가 팍팍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소설내용 진행과 단락 끝부분마다 축구이야기를 넣는 부분이 가장 재밌었지만 책 ’새는’ 과 똑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새는’에서는 축구이야기 대신 야구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기에 제게는 참신한 내용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새는’ 책을 수십번 반복해서 읽었던 저만 그런거겠지요ㅎ)

"얼마전 개봉한 ’아내가 결혼했다’ 처럼 현대 사회의 가족에 대한 시각은 과거의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의 일처다부제와 같은 생각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또 이와 비슷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가족의 형태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는 주제로 토의를 했었는데, 제가 이야기 도중에 책 설명을 너무 했는지, 주제가 삼천포로 빠져버려서 지나치게 일처다부제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책은 책이고, 영화는 영화다라는 말처럼 아무도 일처다부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지지하지 않았지만 재밌는 발상이라는 생각에는 동의를 했습니다. 

깊이있게 짚어보고 넘어갈 필요는 없겠지만 
문뜩 머릿속에 물음표가 번뜩 떠올려지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아내가 결혼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는 쓸때없는 생각도 했지만.....

...하지만 설마 그런일은 없겠죠..?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