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진주귀고리 소녀’ 가 2003년에 첫 인쇄를 했다고 했으니, 벌써 5년전에 나온 옛 책입니다. 5년전이라면,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였을텐데도, 저는 이 책의 제목과 표면에 그려진 그림을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멀쩡하게 가만히 있다가도, 서점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책들과 그 책 표지에 있던 소녀의 알수없는 묘한 시선이 자꾸만 생각나게 하곤 했습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결국에는 읽지못했고, 몇달전에 구매하려고 하다가도, 꼭 어떤 다른 일이 생겨버려서 번번이 기회를 노치게 되버렸습니다만, 결국 인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고,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의 감탄해버렸습니다. 묘하게 바라보는 소녀 그림 한 점 가지고 이렇게 깊은 사연을 주입시킬 수 있다는 작가의 상상력에 어쩌면 조금은 위축받게 되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그림들과 맞물려 진행되는 소설을 읽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림들 속에 얽히 이야기들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 겠지만, 배경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인물의 심리까지도 글 속에 알맞게 녹아있어, 지루함 없이 빠르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술관련 책들을 읽을때면, 혹은 미술관에 찾아가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때면, 작가의 깊은 의미들을 하나하나를 알아갈때마다 감탄하게되지만, 동시에 ’이 깊은 의미를 어찌 알겠는가’ 는 고민도 덩달아 머릿속을 돌며 생각들을 복잡하게 하곤했습니다. 그런점에서 책 곳곳에 이야기들을 연결해주는 베르메르 그림들은 감상하는 눈은 물론이거니와 마음까지도 평온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주인공 소녀)이 가지고 있는 초점과 갈등을 다소 흐릿하게 느껴졌습니다. 불완전하고 나약한 존재이자, 주인에게 순종해야 하는 그녀의 위치에서 느끼게 되는 미묘한 감정들을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듯이 소녀를 묘사한 점은 미성숙한 그녀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 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채 표지에 입혀진 그림을 다시 보자니, 그녀의 묘한 표정 또한 그녀의 여러가지의 생각들이 모여서 보여지게 된게 아닐까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의 길을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내리는 부분은 그녀가 예전에 비해 한 층 성숙해졌음을 보여줍니다. 약 2년간의 내용을 다루는 동안, 시간의 흐름에 맞게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섬세한 심리들을 하나 둘 씩 짜맞춘다는 점이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였던 거 같습니다. 

	결심을 했을 때, 나는 알았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별의 한 꼭지점에 주의 깊게 발을 딛고, 그 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는 어김없이 걸어갔다.
페이지 : 271

자신이 진실로 원했던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그저 순응하고, 부름에 응답하기만 했던 그녀가 소신을 가지고 일을 결정하는 부분에서 '그녀가 이제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일을 벌이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살짝 기대를 해보았으나 평범하게 현실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모습에 아쉬움만이 남았습니다. 물론 당시의 배경과 형편들을 고려해보았을때는 최선의 선택임이 분명했지만서도, 그녀 자신이 진심으로 원했던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냈다면, 소설의 흐름은 한 층 부드러워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설, 미술,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