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식 미술관련 도서를 눈여겨 보고, 그 중에서 ’만만해 보인다.’ 싶은 책 한 두 권을 꺼내 읽습니다. 하지만 몇 장 넘겨서 이내, ’역시 미술은 어렵구나. ’ 한숨을 내쉬며 책을 읽습니다. 이해가 안되고,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읽는게 제 신조인데, 유독 미술관련 도서를 읽을때면 그 신조의 힘이 폭발적(?)으로 발휘합니다. 그렇다고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쓴다면.. 많은 시간과 피로를 안고 고생해야 하니, ’이왕 여유롭게 독서하는거 유쾌하고 상쾌하게 읽어내려가자!’ 는 생각을 가지고 읽습니다.

이해가 안되더라도 미술관련 책은 꾸준히 읽고 있는데, 이유라면.. 미술작품과 친해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 한 수에 많은 함축적 의미가 하나하나 상징하고 있듯, 미술 작품에서도 그런 의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들을 곱씹고 맛보는게 제게는 재밌게 들려집니다. ’미술전시장 가는 날’ 또한 많은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저자 ’박영택’의 개인적인 주관을 덧붙입니다.

책의 구성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작가의 사무실에서 우편물을 확인하면서, 미술관들을 생각하고,  인사동, 광화문, 사간동에 몰려있는 미술관들을 돌아보면서, 과거 전시작들과 작품을 만든 작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전개가 됩니다. 


인사동은 물론이고, 사간동, 광화문 곳곳에 있는 미술관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끔 그려진 약도가 있어, 작가의 행선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야기들이 종일 곳곳에 있는 미술관들을 찾아가는 것 처럼 설명이 되어있어서, 흥미롭습니다.  이 책을 들고 무작정 인사동에 간다고 해도 크게 무리 없을거라 생각될 정도로, 오랫동안 이 곳을 다녀온 작가의 눈썰미가 느껴집니다.

서울에 있는 미술관 하면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미술관’ 만 떠오를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던 저에게 ’정말 많은 미술관들이 많이 있었구나’ 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인사동에 가면 미술관이 많고 찻집이 많으니, 친구랑 한 번 꼭 가보렴’ 이라는 말이 많이 문뜩 떠올라서 그런지, 내일이라도 당장 구경가고픈 욕구도 들었습니다.
미술관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하는데, 직접눈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겠지요..?
조만간 이 책에 있는 약도를 들고 직접 다녀와야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불만이었던 것은 책 내용들이 마치 생각나는대로 쓰여져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또 어떤 부분에서는 미술가들의 애환을 설명하는가 하면,  미술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둥 책에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작가 자신인 것 처럼, 작가가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르는 부분들을 정리해서 적어놓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상당히 뒤죽박죽으로 보였습니다. 어떤 작품은 사진이 덜렁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작가와 작품이름 외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 반면 작품설명은 되어 있지만, 작품사진이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읽는 내내 적지않게 머릿속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게다가 일반인에게는 쉽게 공감되지 않는 미술학적 용어가 설명되지 않은 채 바로 적혀 있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일반인에게 충분히 미술에대한 관심을 주목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은 책이면서도, 읽는 이에 대상을 미술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을 염두해두고 쓴 듯 합니다. 만약 좀 더 친절한 설명과 독자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내용이 첨부되어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요즘은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각자의 일이 너무 많은 나머지 여유롭게 그림 한 점 바라볼 시간이 없으며 , 조급하게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하고, 느긋하게 밥먹을 시간조차 없어, 간편하게 빵 한조각으로 떼워야 하고, 먼 친구에게는 이제  ’언제 한 번’ 이라는 말이 인사치례용으로 전락되어 버린듯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느긋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 내일은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시작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미술관, 미술,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