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시절 ’바리데기’ 설화를 처음 읽고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할지를 종잡을 수 가 없었습니다. 얼핏 이야기를 들으면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지나야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안타깝고, 쓸쓸한 이야기로 들릴법했을텐데, 주인공 ’바리공주’의 강직한 행동에 안타깝고, 쓸쓸한 감정을 이겨내는 결말을 가지고 있어, 과연 이 책을 ’버려지고도 부모를 봉양하는 효녀 바리공주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야할지, ’버려지는 움명을 타고나서,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했던 처량한 공주이야기’ 라고 해야할지,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는 생각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리고 황석영작가님의 바리데기가 출판이 되었고, 그 제목을 읽는 순간 빠르게 어릴적 생각들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마, 옛 바리데기 설화를 다루고 있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와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 혹은 현대판 바리데기를 다루고 있을 것이란 상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 바리데기는 단 이틀만에 바리데기를 숨죽이며 읽어갔습니다.

끊임없이 버림을 당하고도, 계속해서 살아남고, 다시 버림을 당해도, 시련과 고통을 감내해내야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바리데기 설화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았습니다. 태어날때부터 버려진 그녀와, 영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녀, 7자매중 막내로 태어난 그녀...등 읽는 내내 바리데기 설화를 생각나게끔 합니다. 때문에서인지 이번 ’바리데기’를 책을 덮으면서도 어릴적 설화를 읽던 것처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란 것은 딱히 표현할 길이 없네요. 슬프지도 않고, 안타깝지도 않고, 걱정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앞날이 밝아보이지도 않는..느낌 이랄까요. 밝지도,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도 않은 느낌 입니다.

바리데기 설화에는 맨 마지막에 바리데기가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생명수’를 가짐으로써 부모의 불치병을 치료하는데, 바리데기 내용에서는 갈등을 해소하는 ’생명수’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생명수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은 정신적인 포용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바리데기의 어원인 ’버리다’ 처럼 버림을 당하고, 계속 이어지는 운명에 이끌려 버려져야 했던 점과, 그러한 과정속에서도 참고 인내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이름과 같이,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은 그 갈등자체를 버림으로써 감내하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왜 고통받으며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어째서 악한 것이 세상에서 승리하는지에 대한 이유
왜 억울하게 죽여야 했는가에 대한 이유

이 모든 것의 이유를 묻는 것은 그 자체로 답이 없으며, 억울함을 가슴에 묻은 체 미련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그들 자신을 끊임없이 슬프게 한다는 점과, 이러한 억울함과 미련에게 유일한 방법은 그러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점을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사사로운 감정을 버린다는 점에서 아마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되버린 것 같습니다.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페이지 : 286

그렇지만 유일하게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이겠지요. 
예전에 누군가에게  ’희망을 버리지마’ 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진심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진부한 말에 오히려 더 진절머리가 나곤 했었는데, 이 책에 있는 한구절은 가슴속에 젖어들게 되버렸습니다.

온갖 전쟁으로 고통과 시련이 있는 이 삶 속에서도 희망이 있을까요?
끌어안고 있는 고난과 시련을 버리고, 희망만을 가지고 감내할 수 있다면.....그 언젠가는.... 
 

소설, 설화, 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