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판매왕이 되기 위해, 판매건수를 올리기 위해 아파트, 빌라, 가게 초인종을 누르고 몇 번이고 문전박대 당하는 세일즈맨들이 있다. 인터넷으로, 메일로, 전화로, 초인종으로 우리들을 귀찮게 하는 그들도 실은 누군가의 아버지고, 아들이고, 누나고, 동생일 것이다. 물론 보험을 팔고 화장품을 파는 일이 나쁜일도 아니고 하찮은 일도 아니다. 단지 가끔은 그들이 귀찮아지기도 하고, 나를 속이는 것만 같아 싫어지기도 한다. 한편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십번 문전박대를 당하고 거절을 당해도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모든 복지관들이 더 이상 보조금에 의존할 수가 없는 상황이며 각종 자체 사업들과 프로그램 개발들로 돈을 벌어야 하고 기부금과 cms용지를 들고다녀야 한다. 실은 이렇게 후원금 운동을 하는 복지관들의 상황에 맞딱드릴때 보험을 파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너무나 힘들어보이고 만약 내가 후원금 운동을 해도 반듯하게 해낼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도대체 모금운동은 어떻게 해야하고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걸까. 어디를 가나 돈을 달라고 말하는 복지관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힘이 푹푹 빠지고 만다.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도 알겠지만, 쉽게 지갑을 열 수가 없다. 내가 학생인 이유를 떠나서, 내가 돈이 없는 이유를 떠나서 선뜻 모금을 하기 어렵다.

 

학교로 책의 저자 정현경 사회복지사가 찾아왔다. 모금을 디자인 한다는 것. 모금을 한 다는 것. 어떻게 해야 모금운동에 동참할 수 있을까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모금이 어떻게 쓰이는 가에 대한 설명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근본적인 이유를 바라보게 되었다. '분명한 목적-즉 분명한 미션과 비전'이 있어야 모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각종 모금운동을 하면서도 절실하게 필요한 목적이 새겨진다면 모금운동은 일반적인 세일즈와 달라진다.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힘들게 생각할 필요도,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어진다. 수백번의 문전박대에도 당당해질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이 일을 해야하는 이유에서부터 비롯해진다.

 

저자는 강연에서 모금운동의 중요한 두번째로 언제 어디서, 어느 상황에서도 모금운동을 준비할 자세를 손꼽았다. 그 누군가 모금에 관심이 생긴다면 빠르게 안내해주고 모금을 받을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하고 다니는 것. 그녀는 언제나 서류가방을 하나를 들고 다닌다고 했다. 그 속에는 그녀가 일하는 복지기관에 대한 각종 팜플렛과 안내책자들이 들어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나는 얼마나 준비하고 다니는가. 가게에 대해서, 가게의 시스템에 대해서 어느정도 설명할 자신은 생겼지만 사람들을 보다 쉽게 안내 할 수 있는 안내책자 하나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비록 인턴이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증과 모금은 조금 많이 다른듯하면서 비슷하기도 하다. 기증은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 처럼 느껴지는데 모금은 좀 처럼 쉬운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부자가 된다 한들 모금에 참여하는 일은 매우 깊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을 모금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진실한 마음을 내비칠 수 있을까... 그녀의 강연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