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토익만점 수기는 남 얘기 같지 않은 우리 얘기다. 취업전선에서 고농축 화약냄새를 맡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선에 나가는 청년 실업자라면 마땅히 가져가야하는 것 중 하나가 토익점수라는 이야기. 한 해가 지나갈 수록 나는 그런 전선으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난다. 학교에서 말하는 교육철학의 괴리와 현실에 대한 슬픔. 그리고 각종 스펙에 대한 압박은 대학생이라면, 취업준비생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압박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왜 토익을 공부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어떠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대답보다 '당연히 하는 거니까' 라는 말이 정답같은 것. 누군가 그랬다 '너 왜 숨쉬니' 라는 대답과 '너 왜 공부하니'라는 물음은 같은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고개를 끄덕이게되는 사회환경이 너무나 무섭다. 공포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운건 지금의 현실이다.

 

	요즘 토익 만점은 '나눈 두 개 달렸소' 하는 것과 같아. 나는 후배에게 그렇게 말하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멋있어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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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공포스러운 현실에 취준생은 투철한 이등병적 정신을 가지고 호주로 길을 올랐고 인질로 잡히든, 마리화나 배달을 하든 미친듯이 영어에 매진한다. 모든 대화들을 PART 1,2,3,4,5 유형으로 나누어 공부하고 자신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친구를 벗어나던 이유도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미치도록 영어공부를 했는데도 215점 밖이 오르지 않는다. 발음도 끝내주게 좋아지고, 농담도 커뮤니케이션도 잘했지만 불만족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신문에 나오는 취준생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스펙을 쌓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은 아무리 쌓아도 뭔가 마음 한 구석에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만을 남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스펙'은 답이 안되기 때문이다. 토익만점을 받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것은 만족감보다는 무엇때문에 이런 살벌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에 대한 슬픔을 하게되는 것 같다. 

 

토익공부를하다가 눈 하나를 상실해버리고 말았던 주인공이 토익만점을 맞은 뒤에 '눈 두 개 달렸소' 라고 말할 수 없었던 진짜이유는 토익공부를 하다가 얻게된 것 보다 잃게 된 것이 많았던 사실을 꺠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했고,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 것들. 애초에 토익같은게 없었더라면 이런 처참한 결과도 없었지 않은가. 한편 토익공부를 하면서 느낀 경험들은   아버지와의 관계도 극복하게 되고, 어느 상황에서도 쩔쩔매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니, 짠맛 단맛 쓴맛 다 토익으로부터 느꼈을 것이다.

 

스펙을 쌓는 일이 냉정한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경험하고 절실해지는 것들은 귀중한 보물이 될 것이다. 단순히 스펙을 위한 결과물을 만들기 보다는, 그 스펙을 통한 고통과 인내 또한 내 것으로 만드는 일들을 귀중하게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