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사랑.

아주 옛날 그래봤자 10년전이겠지만, 왜 이세상에 많은 책들과 노래들과 영화와 그림들이 사랑을 다루고 있는지 아주 진절머리가 났던 적이 있다. 노래방에서 친구들은 하나같이 발라드를 부르는데 도저히 낯간지러워서 부르기 싫어졌던 적도 있고 세계의 명화들은 왜 그렇게 키스하는 그림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대는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왜 정호승은 호수에서 '오오 그대 노오 저어' 라며 노래를 불러댔는지 그 나이많은 아저씨(농담입니다.)가 그렇게 입으로 읇는 상상을 하면 아주 소름이 끼쳤던 때가 있었다. 아마 그 당시에 내가 이 책 '하트'를 읽게 된다면 첫장을 펴는 순간 곧바로 덮어버렸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 사랑, 사랑..

 

그런데 위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세번 쓰면서도..정말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는 때가 왔다. 달고, 쓰고, 찝찝하고, 아프고, 짜증나고, 힘들고, 괴롭고, 기쁘고, 행복하고, 유치하고, 멍청하고.. 사랑은 아주 많은 것들을 포함하는 단어다. 어떠한 비유도 적절하지 않으면서 온갖 것들을 통해 비유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가도 아주 슬프고 비참하게 노래를 불렀을 나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글로도 눈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온갖감정들을 표현해낸다. 사랑만큼 심오하면서 온갖 것들을 표현해낼 만한 소재도 없었던 것이다. 사랑은 낯간지러운것이 분명하나 낯간지럽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되버리기도 한다. 세상에 이보다 낯간지러운 일들이 더 있던가.

 

나는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른다고 했다. 혼자만 사랑하는 거 같아서 외롭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나도 답답함을 느꼈다.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이 온갖 잡다한 감정들을 표현해낼 자신이 없다. 내게 사랑은 유독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마치 공같다. 아주 데굴데굴 잘굴러가는데 나는 좀처럼 잡을 수가 없다. 공이 너무나 빠르고 잘 굴러가서 잡을 수 없고 지치게 만드는거 같다. 그런데 힘들어서 포기할만도 한데 오기가 남아서 계속 쫓는다. 괴롭지만 놓치기 싫은것..? 아마 내 여자친구한테 이 얘기를 하면 "그럼 괴롭지만 놓치기 싫어서 날 만나는거야?"라고 대답이 돌아오겠지...정말인지 이럴때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증나기도 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이 있는 반면 짜증나는 일이 있다는 것도 독특하다.

 

'이별을 통보받았다' 라는 그림은...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메시지 였다. 하트의 모서리 부분에 찔려 사람이 반토막 나있는 그림은 이별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몸이 두동각 날 정도로의 아픔. 하트는 날카롭고 파괴적인 힘을 가졌다. 때로는 사랑때문에 두려워하기도 하고 상처받을까봐 선뜻 다가서기도 힘들다. 만약 내가 한 가지 그림을 그리게된다면.. 사랑이 너무 무서워서 피하는 그림을 그려보게 될 것 같다. 동시에 무서운 하트위에 올라 결국 사랑을 갈취하는 모습도 그려보고 싶다. 하트로 이야기를 꾸미는 일도, 상상하는 일도 재밌을 것 같다.

 

너무나 바빠서 나는 상처를 주고 말았다.

너도 괴롭지만 나도 괴로운 것.

나하고 너무나도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