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거짓말을 안한지 꽤 오래된것 같다. 도통 생각해도 최근에 거짓말을 한게 없다. 물건을 훔친 기억은 더더욱 없다. 그만큼 바르게 살았다는게 아니라, 거짓말을 할 일도, 물건을 훔칠일도..내게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과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 탓인거 같다. 더이상 예전처럼 거짓말이나 뭔가를 속이지는 않지만,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하기싫은 일도 하고, 재미없는 일도 재밌다고 얘기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하는 것.. 나는 다른사람보다 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댄다. 내가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힘이 장사도 아닌데 마치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뭐든 다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문뜩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을때 좀 처럼 믿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겨우 내가 이정도 수준밖이 안돼? 말도 안돼!"

 

그래도 나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은 그래도 가시가 되지는 않는다. 일을 다 못끝내도 자책하는데서만 끝날 뿐.. 거기서 더 내려가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가시고백'을 읽으면서 뭔가 순수한 거짓말을 마딱뜨린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를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일. 물건을 훔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일... 이런 일들을 하고 나면 남을 속이고 있는 동시에 스스로를 찌르는 행위가 된다. '아 들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보다 '정말 미안할 짓을 해버렸다' 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굉장히 아프고 미안한 동시에 차마 말도 꺼낼 수 없는 행위.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누군가를 속였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파했던 경험

 

학창시절에 누군가를 한번쯤 속여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실은 그러한 것들을 모두 고백하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지만 마치 가시같은 것들이어서 좀처럼 빼기도 싶지 않다. 그리고 꽁꽁 숨기면 숨길수록 깊이 박혀 버려서 좀처럼 빼기도, 상처가 아물기도 어렵다. 그런데 가시고백이라는 건 어렸을때만 가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거짓말도 거짓말같지가 않다. 이 책이 거짓말에 대해서 다룬 건 아니지만 해일이가 물건을 훔치는 일을 보고 고백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상하게 남을 속이는 일 = 거짓말 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거짓말도 거짓말을 하는 때가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 거짓말을 도통하지 않는다는 나를 다시 생각하건데..정말로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걸까

내가 남을 속이고 있으면서도 별로 속인다는 생각을 안하는 걸까.

거짓말을 하면서도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버려서 일까.

거짓말도 속이는 일도 거짓말같지않고 속이는 일 같지도 않다.

거짓말 다운 거짓말은 가시를 씹어 먹는 일같아야 하지 않을까. 말해놓고 미안하고 아파해야 하는 것.

그런데 요즘은 별로 그렇지도 않는것 같다. 마치 세상이 가시같아서 별로 아픈 감각 조차 없어지는 것 같다,.

요즘에 나는 무덤덤하고 무감각하다.

세상은 속물덩어리라서 나도 조금은 속물적이어도 되지는 않은가..그렇게 합리화 하려고 하기도 한다.

 

가시고백을 읽으면서 친구랑 다투었던 6년전 그 때는 참 가슴아파했었는데..

웬지 지금 내가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 만큼 가슴아파할 것 같지는 않다.

마구마구 아파하고 슬퍼했던 그 때.. 나도 순수했던 때가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