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노는만큼 성장한다' 에 이은 발칙한 제목의 김정운 교수의 3번째 신간도서 '남자의 물건' 이전 작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첫 도서부터  화제가 되었던 소식들을 간간히 들어왔었다. 그리고 그를 처음 본 것은 교보문고 사옥 옆 KT스퀘어에서 강연이 끝난 후 뒷정리를 하러 갔을 때였다. 정말 사진 그대로를 옮겨온 그대로의 모습(당연하겠지만!)으로 실은 사진보다 나이가 들어보였다. 아마도 강연이 끝난 후에 이어진 싸인때문에 고생한 흔적을 느껴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그의 겉모습에 느껴지는 포스와 글에서 느껴지는 발칙함. 솔직함. 담백함으로 보아, 상당한 고집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사실 '남자의 물건' 에 대한 구상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힘들고 복잡한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다들 정치나 경제 불평등이 근본문제라고 한다. 신문과 방송에는 세상의 모든 전문가들이 나와 사회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대안을 제시한다. 물론 정치경제적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왜 다들 그 문제만 이야기하는데, 왜 도무지 변화가 없는 걸까? 나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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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 재밌지만 깊이(심리학과 일상을 연결는 부분에서)가 없고, 주제가 남자의 물건인지, 그냥 인터뷰인지, 시원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픈지 알 수가 없다. 그가 말하는 '남자'라는 대상이 40대 넘은 중년을 대상으로 쓴 것도 알겠고, 중년이 겪는 심리적 박탈감과 외로움도, 아내와 자식들의 고민들도 실려있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심리학적으로 다룬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설명하더라도 아주 빠르게 흘려말하는 식의 간단하게만 적혀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간단명료해서 읽기 좋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것지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남자가 자신만의 물건에 애착을 하는 이유를, 애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명사10인을 통해서 알려주고 싶어 하는 듯 하는데 마치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책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주제가 뒤죽박죽이라 알 수 없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직 20대 초중반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40대라는 나이의 무게와 20대의 나이의 가벼움은 좀 처럼 가까이 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40대에 이 책을 읽으면 또 어떤 기분이 들지는 알 수 없다.

	정말 황당한 것은 어린 아이돌 스타들도 이 구태의연한 산업사회식 성공 내러티브를 마구 늘어놓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막 사춘기가 지난 10대 후반의 아이돌들이 주말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연습생 시절의 '불어터진 라면'을 이야기한다. 이야기 말미에는 꼭 고통스런 시절을 기억하며 눈물이 복받쳐 어쩔 줄 몰라 한다. 아, 이건 정말 아니다. 그들의 짧은 인생에서 '눈물 젖은 라면'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오버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재미있어서 했다!' '정말 즐거워서 하다 보니 이렇게 잘됐다!' 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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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힘들어도 웃는 것. 힘든 경험 때문에 성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그 어려움들을 즐겼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생각해보니 정말 없는 것 같다. 나도 불어터진 라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마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무용담을 얘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노력하다보니, 즐기다보니 이 자리에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고보니 1년 사이 '긍정적인 아이'로 바뀌어가고 있다. '긍정적' 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서

기쁘다. 얼마전 힘들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때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 웃겨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살아본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나는 언젠가 '진짜 재밌어서 했다!' 라고 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10명의 사람들 (김갑수와 윤광준 김정운을 합하면 13명)의 물건들을 보면서 그들이 물건의 애착하는 모습에서 외로움, 그리움, 곧은 결심이 보였다.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를 보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보았고 감갑수의 커피 그라인더들을 보면서 외로움을 느꼈다. 자화상을 그리는 안성기의 스케치북에는 그의 결심이 그려져 있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것은 지금의 내가 가질 수 없는 물건과 같다. 40대에 중년이 되었을 때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바로 '물건'으로 나타나는게 아닐까 싶다. 20년 후 내가 아끼게 될 물건은 무엇일까. 40대의 내 책상에서 나는 그리움도 외로움도 아닌, 낭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물건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