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TNT 독서토론의 첫번째 책이 선정되었다! 그 책은 다름아닌 '모모'로 중학교 때에 읽었던 책이었다. 어렸을 때는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이 즐거웠는데 요즘은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나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는 반면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속도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모'를 읽으면서 생각하건데 책이란 역시 인류가 만들어낸 훌륭한 재산이 아닐까 싶다. 나이때마다 읽는 느낌이 다르다는 말과 훌륭한 책을 다시 읽는 기쁨을 함뿍 느꼈으니 좋은 책을 다시 읽는 일도 즐겨해야 겠다. 

 

 모모를 읽기전 모모에 대해서 생각났던 것은 단 두가지였다. 모모가 경청을 잘하는 아이라는 것 과 카시오페이아 라는 이름을 가진 거북이로 무려 반시간 시간을 볼 줄 아는 친구로 어렸을 때 큰 호기심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번째 읽었을 때는 '경청'의 중요성에 포인트를 맞추고 단순한 소설의 환상적 테마를 즐겼다는 점이라면 이번에는 '시간'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침5시에 일어나 찬밥을 도시락통에 넣고 면도를 하고 40분에 오는 지하철을 타고 6시에 오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 알바가 끝나면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 집에 돌아오면 오후 11시. 가계부와 간단한 웹서핑, 씻고 나면 한시간이 무섭게 지나고 만다. 12시가 넘는 순간 나는 5시간도 잘 수 없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고 잠에든다. 몇십번이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일이 쉽지 않았고 심한 스트레스도 받았다. 밥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고, 과연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혼자만의 질문이 머리속에 메아리쳤다. 반면 나보다 더 힘들게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내년에 있는 계획을 위해서는 지금을 견뎌내야만 한다는 결심이 있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한테 새벽일을 시작했다고 말한 이상, 금방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모모를 읽는 시간은 바로 지하철이었다. 새벽에 15분, 학교에서 일터로 20분, 집으로 올 때 30분, 배정된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읽어야만 했다. 재밌는 사실은 모모가 '시간'이라는 주제로 얘기하고 있었고, 책 속에 있는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정도로 나와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닮았다는 점이었다.

 

나는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빼앗긴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은 이 책을 읽으면서 끊이질 않았다. 그 물음은 동시에 '나는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좋은가' 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행복했던 마을주민들은 바쁘게 살기 시작하면서 행복을 잃기 시작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 훗날 안락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쓸때 없는 시간이 줄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 이 총액은" 하고 회색 사나이는 말하며 권총을 쏘는 것같은 소리가 나게끔 세차게 연필로 여러 차례 거울을 쳤다. "이 총액은,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까지 이미 잃어 버린 시간인 겁니다.  -중략- "이런 식으로 계속 시간을 꾸려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안 드십니까?"

 책 읽는 시간, 책 읽고 사색하는 시간, 꽃을 보는 시간, 꽃을 보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 친구를 만나는 시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 치는 시간, 몸이 불편한 사람를 걱정해주는 시간,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주는 시간...등 시간은 사소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시간을 빼앗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는가. 세상은 각박해지고 험학해지며 자신밖이 모르는 사람들로 변하고 만다. 사소한 일상에는 많은 감정들이 이입되어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수중한 마음을 전달해 주는 사랑도 있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록 마음도 아름다워진다. 주어진 시간이 아무리 정해저 있다하더라도 사소한 일상을 즐기지 못한다면 그 시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바쁘게 산다고,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돈을 벌기위한 시간에만 투자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바쁘게 일을 하면서 나는 느닷없이 한가지 소망이 생겼다. 작은 화분을 하나 사서 머리맡에 놓고 잠이 드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바쁜데 딱 하루만이라도 작은 화분을 바라보면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바로 사소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해진게 분명했다. 알랭드 보통은 '행복이란 어린아이의 이불을 개는 일' 이라 했다. 너무 바빠서 아이의 이불을 갤 시간이 없을 때, 혹은 아이가 없어질 경우. 그런 사소한 일이 행복한 일이었던 것을 알게된다고 했다. 이번 일주일을 보내면서 그 말이 마음속을 한 없이 맴돌았다. 예전에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아침의 나무를 보고도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는 말씀에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사소한 일상에 대한 사랑이 있으시지 않았을까

	"네가 보고 들은 것이, 모모"하고 호라박사는 대답했다. "그것이 모든 인간의 시간은 아니란다. 그것은 다만 너 자신의 시간이었다. 모든 인간 속에는 방금 네가 가있었던 그런 장소가 있어. 그렇지만 내 손에 안겨 간 사람만이 그 장소에 갈 수가 있어. 게다가 그냥 보통 눈으로는 그것을 볼 수가 없단다."

시간에 대한 아름다음운 묘사는 여느 다른 책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서점에 있는 '아침에 30분, 자기전 30분' . '시간관리방법' . '시간아껴쓰기' 같은 류의 현실적인 책 이야기를 읽기에 앞서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한 감동과 존경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아름답고 값진 것인지 알아야 금쪽같이 시간을 쓸 줄 알게될테니 말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모모'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서 어떤 인물과 대입시키면 좋을까 고민도 해보았다. 그러나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만 누군가에 대해 경청을 한다는 모모에 특징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시간은행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딱 한가지 떠올랐다. 모모라면 은행직원이 잘 어울릴 것이다! 고객의 이야기에 경청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솔직하고 결백하게 업무를 해야하는 특성상 모모가 잘 어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모에게 상담을 받으러 올 것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무엇때문에 돈을 벌고 있는지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은행원인 모모는 단지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만해도 해결될 듯 하다. 반면 회색신사들이 꾸미는 일을 보면서 헤지펀드가 떠올랐다. 초단기투자로 좋은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단숨에 많은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단기투자로, 사람들을 달콤한 말로 꼬시고 시간이라는 귀중한 재산을 투자하게끔 하는 악덕 펀드매니저의 면모가 보였다. 헤지펀드가 때로는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것 처럼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이 결국 사람들의 행복을 앗아가고 말았다. 물론 올바르게 시간을 투자했더라면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다음으로 지지를 보면서 광고업자를 떠올랐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모습으로 보아, 그가 광고업자로 활동한다면 본인도 즐겁고 듣고 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가 허풍으로 이야기 하지않게끔 스스로도 자제할 줄은 알아야 할 것 같다.

 

시간에 대한 사색과 모모 책에 대한 유쾌한 상상으로 오늘의 서평에 발도장을 찍고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