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24살까지 내 인생에 있어서 기막힌 우연이 될 것 같다. 서점에서 경제파트로 가지 않았다면, 아니 그 이전에 서점에서 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런 부류의 책을 읽을 기회는 아마도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나니 서점 내 경제파트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이름과 책들에 대해 알게 되서 눈에 쏙쏙 잘 들어왔다. 그 잘팔리는 '맨큐'의 경제학의 '맨큐'를 알게되었고 '크루크먼'이 누군지도 잠깐 맛 볼 수 있었다. 내가 일하는 파트내 평대에 깔려있는 '행동경제학'과 '넛지'와 같은 책들이 담고 있을 내용도 대충 짐작이 된다.

 

경제 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경제를 설명하는 도입부분을 '인문학'에서 끌어내서 경제학 옷을 입혀주는 재밌는 책으로 중고생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만약 고등학교 때 내가 읽었다면 '경제학' 분야에 큰 흥미를 느꼈을지도 모를 정도로 인문학이라는 그릇에 알맞는 경제개념을 잘 남아낸것 같다. 물론 완전히 모두 이해할 수 있을정도로 쉽지는 않았지만 '경제학'대학교 교재에 나올만한 이야기를 짤막짤막 먹기좋게 잘라 놓은 것 같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시키는 것은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행위라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멘큐의 경제학>으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대학 교수 멘큐는 2001년 하버드대 학생들이 행정건물을 점거하고 학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대해 시위를 벌일 때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에 장문의 칼럼을 실어 임금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여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하였다.

 

최저임금을 높게 책정할 경우 근로자의 수를 적게 고용할 수 밖이 없는 시장이 형성되어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경제 원리는 퍽 신기하게 느껴졌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해왔던 내게 있어 최저 임금을 무조건 많이 올리는 것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만큼 실업자가 늘어지게 된다하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저울질로 가격이 책정되는 시장의 원리와 비슷하게 임금과 근로자의 수 또한 상관관계가 생긴다고 한다. 애덤스미스는 이를  '보이지 않는 손' 이라고 불렀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이 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지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움직이는 경제시장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만약 평범한 외양간 청소부가 칼을 들고 괴물을 처치하려 나선다면 그 즉시 목숨을 잃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외양간 청소부로 남았다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외양간 청소부 입장에서 영웅의 일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외양간 청소부 일을 하는 것의 기회비용은 이에 비해 작다. 그가 괴물을 처치하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영웅 헤라클레스가 있다. 두 사람의 기회비용을 비교햅보면 헤라클레스는 영웅의 일에, 외양간 청소부는 외양간 청소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헤라클레스의 외양간 청소 이야기를 통해 비교우위를 설명하는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이해가 잘되는 부분이었다. 두개의 일을 모두 잘하는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하는 것보다 하나의 일을 하고, 다른 하나의 일은 다른 사람이 맡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라는 내용 설명이 훌륭했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무역 -영국과 포르투칼-에서 무역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비교우위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이 책에서 가장 설명이 잘 된 부분인 것 같다.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내게 이 개념 만큼은 확실하게 심어 준 것 같다.

 

흔히 모두가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게임이론' 또한 이 책에서 소개가 되었다. 저자는 몽테크리스토백작에서 알베르와 몽테크리스토가 서로 결투를 했을 경우와 한 사람이 결투를 포기했을 경우, 두 사람이 모두 결투를 포기했을 경우를 인용하여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이론을 끌어냈다. 그런데 이 게임이론 또한 경제학에 일부라고 한다.

 

게임이론에서는 이처럼 각자가 자신에게 최선인 전략을 선택한 결과를 내쉬균형이라고 한다. 내쉬균형은 각 경기자가 자신의 행동이 다른 경기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구해지는 균형이기 때문에 비협조적균형 이라고도 불린다.

 

구체적으로 어느 상황일때 이 이론이 적용되는지는 책에 나와있지 않아 궁금했지만 현실에서는 내쉬이론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이성보다 감성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기도 하며, 떄로는 신뢰와 신의에 따라서 혹은 고집과 만용에 따라서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 않는가.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증가하는 재화가 있다고 한다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때 수요양이 줄어들어 적정 가격을 이루게 되는 반면 가격이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늘어나는..경제학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한다. 경제의 법칙은 완전하지 않고, 인간의 심리와 욕구까지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굉장히 합리적일 것만 같은 경제는 사실 불완전하고 명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많은 것 같다.

 

왜 예술품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밖이 없는지 저축은행에서 '뱅크런'이 왜 일어났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공예술을 정부가 책임지는 이유 등  영화와 신화, 인물 사건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과 경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층 더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다.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면 경제는 굉장히 따분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경제를 다가갈 수 있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