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지 않은, 허나 봐야만 하는 시대

’왕의 서재’ 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첫 책인 듯 싶다.

페이지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은 있지만, 조선 최후의 48년에 대한 단상을 느끼기에는 충분 한 듯 하다.

고종의 측근이었던 정환덕이 쓴 글을 토대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니, 역사왜곡 등의 논쟁에는 휘말리지 않을 듯 하다. 물론 정환덕이라는 인물의 눈으로 본 당시의 상황이니 객관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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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을 취미로 공부하는 입장에서 나에게 이 책은 왕실에서 어느 정도 역술인들을 이용하고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책이다.

남가몽을 쓴 정환덕은 주역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듯이 보인다. 궁궐에서 화재가 날 것을 예견한 것 등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는데, 고종이 이렇듯 크고 작은 일들을 잘 맞추는 것을 보고, 더욱 곁에 두고 싶어했다는 것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진정으로 주역을 배웠다면, 단순히 점치는 것에만 이를 이용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이 역술인 한마디의 말에 국가 정책을 바꾼다면 문제가 사뭇 심각하다고 말 할 수 있겠지만, 당시만해도 그런 풍토가 남아있던 것을 보면 사뭇 느끼는 바가 크다. 물론 요즘의 대권주자들도 조상 묘자리부터 이관하는 것을 보면 아직 그런 잔재가 남아있기는하다. (본인들은 부인하고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했다고 얘기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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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이런 의문들을 가지고 있을 듯 하다. 수렴청정이란 것이 있지만, 나이 어린 왕이 집권을 하면 그래도 나라가 잘 돌아 갈 것인가?  국왕도 부부싸움을 하나? 정도의 사소한 의문에서부터, 우리나라 근대사를 배경으로하는 시대의 지도층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가 정도의 거창한 의문까지, 많은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어느 정도 이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다.

고종이 어린 나이에 왕이 된 뒤한 말한 첫 어명은 예전에 군밤을 잘 안 주었던 군밤장수를 참형하라는 것이다. 다행이 그것이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부분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어른이나 아이나 다를 것이 없는 것이, 흥선대원군도 결국 어려웠던 시기에 잘 해 주었던 사람을 보은하고, 그렇지 못한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권력이란 무엇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전에 한 때, 개인적으로 돈을 상당히 벌어들일 때가 있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와이프와 내가 제일 처음에 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한 달 내내 밤에 통닭 시켜 먹은 것이다. 돈이건 권력이건 그것을 처음 맛 본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이용할 줄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로또 1등에 당첨이 되고도 몇 년안에 파산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 아닐까한다.

고종이 부부싸움하는 에피소드도 나온다. 나라에 중차대한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력 좋은 고종때문에 부부싸움이 난 것이다. 그 사이에 낀 정환덕은 그 기록에 의하면 정말 처신을 잘 한듯 하다. 어느 한쪽 얘기만 듣고 그 편을 그자리에서 잘못 들어주었다가는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교과서에서나 들어본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다. 물론 나라가 흉년이 들었다고 뭐든지 자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취미생활인 풍악즐기기는 좀 심했다 싶다. 군사들이 굶고, 풍악에 참여한 사람은 배부르니 무언가 잘못되도 철저하게 잘못된 듯 하다.

귀족이나 왕족이라고 반드시 항상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625나자마자 저 밑으로 남하하고 한강다리 끊어 놓은 이승만이나, 임진왜란 때 도망간 왕이나 (이 책에 의하면 고종은 그정도는 아닌 듯 하기도 하다.) 문제가 심각하다. 오바마와 대결을 벌였던 공화당의 메케인 후보는 전쟁영웅아니던가. 우리나라에는 왜 이순신, 김유신 같은 인물이 그 시대에는 없었냔 말이다!

고종도 결국 그런 인물을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