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어떤 출판사의 편집장이 이 책을 추천한다기에 순전히 그 말만 믿고 주문해서 보았다. 처음 앞 부분을 보는데, 한마디로 페이지 넘기기 힘들었다. 그리고는 이런 책은 다시 안 사본다 다짐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1. 무슨 고희기념으로 낸 어느 노 교수의 논문집도 아니고, 이거 왠 논문 인용이 열라 많고, 같은 현상에 대해서 지루하리만큼 장황하게 설명을 해 놓는가?

2. 종이질도 별로 안 좋은 편에 속하고 괜히 두껍기만하다. 야들야들한 비싼 종이로 썼으면 아무리 4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도 컴팩트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가격이 17,000원? 내가 왜 주문 할 때 가격을 꼼꼼히 안 봤는지 후회스럽다.

3. 담배도 목넘김이 좋은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듯이, 책도 책넘김이 좋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학문적인 책이라도 그렇지, 이 책은 그런데 너무 재미없다.

왠만하면 별 다섯 개, 네 개를 주는 것이 내 리뷰 스타일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한테서도 배울 점이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나 별 두 개 주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어서 진도가 안 나간다.

어느 날, 그래도 돈 주고 산 책이니 정신을 차리고 집중을 하여 꾸준히 읽어 나가기로 했다. 73쪽부터 나오는 3장 안정과 불안정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여전히 내 관점은 비판적이었다. 건강상태를 좌우하는 심리사회적 요소는 1. 사회적지위, 2.친분관계, 3.어릴적에 받은 스트레스 라는 것이 이 챕터의 주제이다. 누가 모르나? 다 아는 사실을 수 십 편의 논문을 인용하여 이야기하는데, 졸려서 미칠 것 같았다.

135페이지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센은 공산주의 정부가 정권을 잡았던 10개국 가운데 9개국이 기대수명의 개선에서 최상위 25%에 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라? 좀 재미있는 결과인걸? 공산주의라서 비만 관련 질병이 없어서 그런가?) 계속 읽어 내려갔다. ‘1인당 GNP가 1,000달러 미만인 20개의 최빈국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개 국가 가운데 건강 수준이 최고로 높았던 8개 국가가 모두 공산주의 국가들…’ (잉? 이 저자는 반자본주의자인가?)

다음 페이지이다. ‘공산주의 국가 다음으로 성과가 좋은 집단은 대만, 대한민국, 홍콩, 싱가포르처럼 고도성장을 거듭한 초기의 자본주의 국가들이었다.’ (음, 저자가 공산주의자는 아닌가 보군..) ‘ 이들 초기 자본주의 국가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임금격차가 모두 줄어들었다는 사실..’

바로 이 부분부터이다. 이 책이 요즘의 우리사회의 심한 양극화 현상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허겁지겁 계속 읽어 내려 갔다. 동유럽 국가들이 언제부터 그 국민들의 건강 수준이 나빠 졌는지 아는가? 소득불평등이 심해졌다고 해서 노인층의 사망률은 왜 쉽게 높아지지 않는 이유를 아는가? 일상적인 폭력은 왜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빈번한지를 아는가? 자기 존중감이 기대이상으로 높은 KKK단은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들인지 아는가? 한국이나 일본은 강한 위계질서가 있어 스트레스지수가 높은데 왜 일본은 가장 건강한나라에 속하는지 아는가?

이 책은 다양한 사회 계층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다가 감동을 주체 할 수 없어서 끝까지 다 읽지도 못하고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중이다.

1. 저자는 검증된 사실이 없는 바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개인적 경험이나 주관적인 생각을 배제한다. 진정한 학자이다. 존경한다.

2. 17,000원의 책 가격 중 인세부분은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일에 기부된다는 번역자의 자세는 비싼 책이라고 불만이었던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3. 사회현상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이야기는, 재미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검증된 객관적 내용이어야 한다. 안 그러면 잘못된 시각을 독자에게 줄 수 있다.

나는 ‘진정한 사회과학 서적’을 처음 읽은 것이다. 정말 부끄럽다.

이 책의 초반 인상에 대한 선입견이 73페이지 읽는데 까지 그대로 작용하여 주옥 같은 내용을 그냥 지루한 내용이라고 여긴 것이다. 물론 앞 쪽을 다시 읽었다. 읽다 말고 후반부 다 보지도 않고 전반부와 역자후기만 보고 리뷰쓰기는 처음이다. 이제 뒤 쪽도 마저 읽어야겠다.

그리고...왜 별이 5개까지만 있고 7개는 없는가...